‘총성없는 전장터’
비즈니스 세계에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바로 사무실 곳곳에 넘쳐나는 종이와의 싸움이다. 최근 종이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심각한 환경문제로도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록스의 전설적인 연구소장 조지 페이크가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 시대를 예언한 것은 이미 30년 전. 그는 1995년이면 종이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오늘날 사무실의 종이 사용은 더 기승을 부린다. 28일 미국 유력지 비즈니스위크는 ‘종이와의 사투’를 벌이며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의 비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 비법 1 “PDF 파일을 최대한 이용하라”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PNC뱅크는 최근 각종 고지서와 카드 명세서를 전자문서화해 배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PNC뱅크의 총 300만 소매 고객 중 15%가 PDF로 된 이메일 명세서를 받아본다. PNC뱅크 사내에서는 이미 80% 가량의 보고가 전자파일 형태로 이뤄진다. 복사기나 프린터를 써야할 때는 종이 앞뒷면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회사 측은 “전자 메일로 명세서 발송만으로 월 1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였으며 전사적으로 종이 사용량은 20% 가량 감소했다”면서 “전자문서가 늘면 전력 소비량과 네트워크 대역폭이 증가하는 반대급부도 있지만, 종이를 줄이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법 2 “프린터당 사용자수를 늘려라”
문서 디지털화에도 종이 사용량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프린터와 복사기가 소형화하고 값도 싸졌다는 것도 큰 이유다. 보통 2∼3명이 프린터 하나를 공유하다 보니, 손쉽게 출력하고 복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프린터 1대당 사용자수를 8명 이상으로 늘리면, 종이 사용량이 감소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사람이 쓰다보면, 불편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출력을 줄이게 된다.
제록스 발레리 매슨 커닝햄 부사장은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프린터 대당 사용자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10∼40%까지 출력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개인당 출력 및 복사량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도 등장했다. 프린트오디트(PrintAudit)라는 회사의 존 맥인스 사장은 “개인당 출력량 정보를 안다면, 어디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해답도 찾을 수 있게 된다”면서 “전세계 50만명이 프린트오디트의 추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약 9만 그루어치의 종이를 매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
#비법 3 “웹으로 전환하라”
부동산 담보 대출산업에 발을 담가 본 사람이라면 엄청난 양의 서류 뭉치에 혀를 내두른다. 담보 대출업체 1-800 이스트 웨스트 모기지는 각종 문서를 웹과 디지털 명세서, 전자서명으로 전환해 종이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케이스다. 연간 종이 사용량은 3분의 2가량 줄어들었으며 종이 보관료도 75% 가량 감소했다. 이 회사의 임대 복사기수도 12대에서 6대로 줄었다.
◆종이, 왜 문제인가
I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종이 사용량은 1조5000억장에 달한다. 나무 1500만∼2000만 그루가 종이 사용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조사기관 RISI는 미국 기업들의 종이 구매비용만 연간 80억달러(약 8조원)를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비용엔 각종 잉크와 토너 비용, 복사기 및 프린터, 팩스의 유지보수료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제록스는 문서 출력에 1달러를 쓰게 되면 유지보수와 배포 등으로 6달러의 추가 비용이 나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보통 기업에서 출력한 문서의 절반 이상은 출력한 후 24시간 안에 휴지통으로 버려진다고 덧붙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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