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쿠오바디스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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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되는 일이 없다. 방통위 주변에서 요즘 나오는 얘기다. 정책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내놓은 정책마다 설익은 내용이란 비판에 직면하는가 하면 인사마저 정파적 이해와 파벌 싸움에 뒤틀리는 형국이다. 국회 역시 방통위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의 불발이다. 지난주 국회 과기정위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한 게 원인이다. 개정안은 MB의 대선공약인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규제정책의 중심축을 소매에서 도매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로 재판매제 도입, 요금 인가제 폐지 등이 핵심이다.

 MB정부가 내세운 방통 분야 규제완화의 첫 사례다. 방통위 측의 설명대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제 18대 정기국회가 열리는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정보통신 정책 로드맵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정파적 이해 관계로 방통정책의 근간이 휘둘리고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17대 국회에서의 마지막 기싸움을 벌이고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18대에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설익은 정책 또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영어라디오방송(FM) 도입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업무와 중복돼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 낭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려는 방통위 방침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의 대책도 마찬가지다. 주민등록 대체수단 도입 의무화 등 기존 대책을 재탕했을 뿐 개인이 기업 측에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약관 규제는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비판이다. 근본적인 보안체계로 보면 내용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인사는 특히 방통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청와대에서부터 시작된 인사 불협화음은 방통위 상임위원 인선을 비롯해 기조실장, 정책실장 등의 내부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기조실장 인사는 특히 그렇다. 그런가 하면 지경부로 발령난 인사를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불러들이는 색다른 풍경도 연출했다.

 방송과 통신을 컨트롤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지만 위원장의 입지는 이전의 방송위원장 시절보다 못하다는 비아냥도 그래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 위원장과 가까운 특정 인사의 대변인 내정설에 이어 이번에는 위원장 최측근 인사의 비서실장 내정설마저 제기됐다.

 그런가 하면 지경부와 행안부, 문화부 등과 부처 간 영역 갈등 조짐도 일고 있다. 이미 지경부와는 주파수 정책과 이통산업정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방통위의 막강한 파워 때문일까. 방통위는 이 모든 것을 규제기관의 특성상 대내외의 집중적인 견제와 질시 및 구조적인 탓으로 돌리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은 적지 않은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초기의 여러 잡음을 극복하고 제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합의제 방통위의 애초 취지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먼저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상황은 방통위원장의 정치력과 정책적 혜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나 할까. 초기의 이런 난맥상과 이를 헤쳐나가는 리더십은 그래서 전적으로 위원장의 몫이다.

 <박승정 정보미디어부장>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