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대외협력팀장 hcpark@kisti.re.kr
몇 년 전 영국에서 개최한 국제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 세계 40여개국에서 참가한 많은 회원이 각국의 과학기술 정보동향 및 서비스 현황에 관한 자료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였다.
회의 시작 전날 밤 개최된 환영만찬에서 40대 중반의 일본인 연구원과 자리를 함께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그는 치킨을 주문할 때 ‘치컨’이라 하고 돈을 ‘마니’라고 발음했다. 심지어 ‘She don’t understand’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L’과 ‘R’ 발음을 구별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3인칭 단수·복수 구별해서 동사 바꾸는 것은 요즘 공부 좀 한다는 초등학생에게 기본이다.
‘김치 발음에 빠다를 발라주마’란 책이 히트를 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미국본토 발음을 내야 영어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우리에게 일본 연구원의 발음만은 국제회의용이 결코 아니었다. 그 의문은 바로 다음날 회의에서 풀렸다.
과학기술 정보의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주제 발표에서 그 일본인은 예의 그 ‘현란’한 발음을 계속했고, 발표가 끝나자 많은 참석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현장경험에서 나온 깊이 있는 전문지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미국에서 온 한 연구원은 빼곡히 메모하며 연신 “예썰” “예썰” 하는 것이다.
그순간 머리를 스치는 강력한 느낌이 있었다. “아! 중요한 건 치킨이 아니라 지식이구나.”
치킨을 치컨으로, 아륀지를 오렌지로 발음해도 자기 분야에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 사건이었다.
영어공부를 하는 한국의 모든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치킨도 오케이고 치컨도 오케이다. 프로다운 전문지식을 쌓아라. 그것이 곧 국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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