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따져봐야 할 신보·기보 통합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우연인지 아니면 예정된 수순인지 양 기관 수장이 모두 새 정부 신임에 실패한 직후다. 과거에도 통합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 삭감과 유사기능 통폐합 과정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폐합 효과를 제대로 따져 봐야 한다. 실효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지금 기보의 보증은 기술평가보증이 대부분이다. 기술평가보증은 일반 재무현황을 바탕으로 보증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일반보증과 달리 기술의 사업성·기술성 등을 평가한다. 신보의 일반보증과는 평가툴(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기술을 평가하기 때문에 심사기간도 길고 평가도 까다롭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높아 리스크가 크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양 기관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혹자는 기술평가보증도 보증의 연장선상이라고 하겠지만 평가는 보증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가로 우수한 기업을 찾는 것이 정부보증기관의 몫이기 때문이다.

 신보와 기보가 통합한다고 해서 현재의 기술평가 보증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기존 일반보증에 익숙했던 인력들이 기술보증에 소극적일 가능성은 농후하다. 벤처업계도 그 점을 우려한다. 통합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중소기업 프렌들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벤처업계는 그리 체감하지 못한다. 신·기보 통합 시 기술벤처 업계의 실망감은 클 것이다. 자금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기보 공식명칭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다. 신보에 ‘기술’만 붙이면 기보다. 왠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능과 역할을 따진다면 두 기관이 왜 각각 존재해야 하는지 나온다. 만약, 탁상에서 검토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준배기자 joo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