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것은 인사 실패가 주요인이다. 부자들의,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정권에 대한 ‘의심’이 현실화됐을 때 민심은 거의 이반 수준을 나타낸다. 부자들이 공격받는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편으로는 부자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횡행하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풍토는 왜일까. 좌파적 시각의 정치공세라고 치부하지 않는다면 해법은 보인다. 대한민국의 부자들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였다. 사회적 부를 잠시 동안 나눠 갖고 있고 그것이 공동체의 선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부를 성취한 사람이 정치적 권력까지 손에 넣는다면 그는 명실상부한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떠오른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곧 그의 사회적 평판으로 이어진다. 이 정부의 내각 파동도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 부자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에 다름 아니다.
“종합검진에서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했다”거나 “부부가 교수생활 몇 년인데 30억∼40억 재산도 못 모으냐”고 항변하는 장관들에게 지지를 보낼 국민은 거의 없다. 등을 돌리는 것은 그들의 재산 규모가 아니다. 투기와 탈법에 의한 재산축적도 아니다. 지도자로서 그들의 자세와 행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치와 덕목을 찾아볼 수 없어서였다. 미국의 역대 정부 가운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가장 많이 입안하고 시행한 것은 케네디 행정부였다. 백만장자 내각이라 불렸던 케네디 정부가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친서민적, 친유색인종적 정책을 펼친 것은 우리와는 다른 부자들의 자세와 행태가 깔려 있었다. ‘고소영’ 내각이면 어떻겠는가. ‘강부자’ 진용이면 또 무엇이 문제가 되나. 쪽방 사글세 전전하는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지도자의 진정성을 기대했는데 그것이 무너지면 정서적 반감만이 남는다. 왜곡된 부자의 가치관이 정책에 투영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대적인 공기업, 산하기관 CEO 물갈이 작업이 시작됐다. 정권 출범 초 개편을 단행했던 부처들도 국·과 줄이기에 나섰다. 조직 통폐합도 병행될 조짐이다. 방통위처럼 ‘청와대와의 힘겨루기(?)’ 탓에 아직도 1급 기조실장 인사를 마치지 못한 곳도 있다. 당분간 관변 사이드의 업무는 인사에 밀려 올스톱 분위기가 지배할 것이다. 정부와 산하기관이 어수선하면 일은 터지게 마련이다. 쇠고기 협상이 그렇고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또 그렇다. 산하기관장을 모조리 새로 뽑는 판에 신성장 동력 실행계획은 어디서 나오고, 추진주체는 누가 될지 걱정이다. 정권이 출범한 지 벌써 4개월이다. 대선 때까지 포함하면 거의 반년을 인사와 조직 추스리기로 보낸 셈이다. CEO가 새로 오면 또다시 후속인사에 비전 그리기로 6개월, 결국 연말이나 돼야 시스템 안정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정부에 필요한 것은 안정감과 신뢰다. 파워엘리트의 인적 쇄신은 이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무기이기도 하다. 지난 수개월간 혹독한 수업료를 치른 정부는 학습효과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기대와는 비대칭이고, 왜곡된 가치와 철학을 떳떳함으로 포장하는 인사들의 실용정부 입성은 막아야 한다. ‘고소영’ ‘강부자’면 충분하다.
이 택 논설실장 et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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