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1차 방정식을 풀던 생각이 난다. 예를 들어 ‘x+3=5’에서 x의 값을 구하는 그런 문제 말이다. 여기서 x는 하나다. 그러던 것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x와 y값을 구하는 문제도 나오고, 1차 방정식도 2차, 3차 방정식으로 복잡해진다. 답을 하나만 찾으면 됐던 게 여러 개를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다.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만 홍보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너무 여러 개여서 그렇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답이 변하기도 한다. 어떤 문제가 주어질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의 수는 무수히 많다. 사회적 여론, 회사 상황, 경쟁사 현황, 매체와의 관계, 기자별 특성, 홍보실 직원들의 역량 등을 다 감안해서 답을 내다 보면 10차 방정식을 푸는 것보다도 어려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인원을 감축하게 되면 그것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경영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부터 ‘인원감축으로 서비스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의견, ‘대책도 없이 직원들을 내몰았다’는 비난, ‘퇴직금 잔치를 벌인다’는 의견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때 기자의 취재방향에 따라 홍보실의 대응도 달라진다.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다른 노력을 덧붙여 제공할 수 있고, 직원재교육 및 재배치를 통한 서비스 개선노력을 강조할 수도 있다. 대책 없이 직원들을 내몰았다는 논리에는 퇴직자 대상 취업 및 창업교육 내용을 강조하고, 퇴직금이 많다는 기자에게는 동종업계의 평균퇴직금 현황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도 단순한 예일 뿐 실제 상황에서는 한 가지 사안에 훨씬 복잡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인지부조화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이 다르면, 현실을 알고 있는 것에 맞춰 해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한 가지 답만 가지고 있는 것을 편안해 하고, 부조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보를 하면서 한 가지 답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1차 방정식만 푸는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 기자에게 “왜 서로 다른 소리를 하느냐?”고 항변할 수는 없다. 늘 만나는 수십개 매체의 기자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어렵고, 같은 매체라고 해도 1진과 2진이 같은 생각을 하리라고 바라는 것도 무리다.
주어진 환경에 맞춰야 한다. 거짓은 말하지 않되 있는 사실을 조합해 최대한 포장하는 것이 홍보 기술이다. 그리고 홍보라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고차방정식이기에 풀어가는 매력도 있다. 김철기 KT 언론홍보담당 과장 ironage@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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