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 규격이 300㎜로 바뀐 지 10여년 만인 2012년께 450㎜로 바뀐다.
삼성전자와 인텔·TSMC는 6일 반도체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과 생산비용 구조의 효율화를 위해 오는 2012년께 450㎜ 웨이퍼 규격의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했다고 발표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의 1위인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손을 잡게 되면서 450㎜ 웨이퍼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변정우 삼성전자 전무는 “450㎜ 웨이퍼로의 전환은 반도체 업계 전체의 기업 생태계에 득이 될 것”이라며 “3사는 웨이퍼 공급업체와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함께 450㎜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3사는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 컨소시엄인 ISMI(International Sematech Manufacturing Initiative) 주도로 450㎜ 웨이퍼 공급과 표준규격 수립과 설비 테스트베드 확립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뉴스의 눈
세계 반도체 대표주자인 세 회사가 손을 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더욱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림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경쟁업체의 진입 장벽을 높여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 경쟁은 앞으로 누가 더 싸게 공급하는지로 판가름난다. 최근과 같은 불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선 양산과 물량 공세를 펼치면 대량 수주가 어렵거나 신규 공장을 건설할 여력이 없는 후발 업체들은 무한 경쟁에서 버텨내기도 힘들다. 3사의 협력에 후발 반도체 업체들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영준 서울대 교수는 “이번 결정이 반도체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고 소품종 다량 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는 삼성이나 인텔 같은 업체에 적합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450㎜ 웨이퍼를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가 알려진 것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웨이퍼 자체 가격이 높아질 것이 때문이다. 300㎜ 웨이퍼 가격이 200㎜ 제품의 5배 수준이고 450㎜는 300㎜의 10배에 이를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했다.
3사도 이를 잘 알고 있어 협력과 별개로 대형 투자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300㎜ 라인의 인프라나 자동화 장비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투자수익률(ROI)을 향상시키는 방안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반도체 시장에 450㎜ 웨이퍼의 도입은 국내 장비업계에 새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300㎜ 웨이퍼 시대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세계 일류기업들과 승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순창 케이씨텍 사장은 “당장은 호재지만 막연히 기대만 해서는 안 된다”면서 “내년부터 범국가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정·서한기자 mj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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