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경협만큼 중요한 남북 지식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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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을 방문하려면 중국을 거쳐 북조선항공으로 갈아타고, 평양 순안공항으로 가야 한다. 또 중국과 북한 비자도 받아야 한다. 이른 새벽에 출발하면 오후가 돼서야 도착한다. 번거로움도 있지만 항공료도 만만치 않다. 개성과 평양 간 거리는 150㎞다. 서울∼대전보다 짧다. 한반도 내에서 이보다 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 계간지 ‘경제연구’ 1월호를 보면 자본주의 시장 개척을 위해 사회주의 시장을 기본으로 하던 과거 무역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대외수출도 자립적 민족경제를 토대로 한 수출입 구조를 개선해 △원료를 그대로 팔지 않고 가공해 팔며 △국제시장에서 인기 있는 수출품을 생산하고 △세계시장 패권을 쥐고 독점할 수 있는 제품을 선정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비교 우위가 있는 상품 수출과 관련,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료·자재·연료·동력을 적게 소비하면서 더욱 세밀하고 재치 있는 작업 기능을 갖고 있고, 국제시장에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면서 각종 수공 및 세공품과 농산물 그리고 SW프로그램 수출을 권장하고 있다.

 북한이 지식 기반 경제자립을 위해 SW산업으로 국부를 창출하려면 인재양성도 필요하지만 경영마케팅도 반드시 익혀야 한다. 남한에도 개발만 하고 마케팅 능력이 모자라 사장되는 SW가 얼마나 많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 경영학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북측은 자본주의 기업경영 학습 열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경제 연수 증가로도 잘 알 수 있다. 자본주의를 배우는 시장경제학습 연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05년부터 북한-유럽연합(EU) 간 경제개혁 워크숍을 두 차례나 개최한 바 있으며, 스위스 개발협력청 후원으로 설립된 평양 비즈니스 스쿨 단기과정 첫 졸업생이 배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장경제에 익숙한 북한 테크노크라트들은 향후 북한의 개혁추진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조만간 개교 예정인 평양과학기술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 대학에 공업경영(IM)학과가 인가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MBA과정을 개설하려 했으나 북측과 협의과정에서 다소 바뀌었다고 한다.

 앞으로 북한은 남한이 86년부터 시행해온 IT기반 자동화 정책을 배워야 한다. 자동화에 의한 생산성 운동은 처음에는 간이자동화(LCA:Low Cost Automation)부터 하면 된다. 단계적으로 공장생산성 효율이 높아지면 공장자동화(FA)가 필요해진다. 이때부터 고품질 제품이 생산되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리고 관리업무에 사무자동화(OA)를 도입하면 업무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경제자립을 원하는 북한은 남한이 과거 시행한 방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상호 간의 지식협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협력함으로써 북한에 생산성에 대한 많은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당국은 과학기술도서전시회 및 IT세미나를 남측이 평양에서 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 같은 지식협력은 정보과학기술을 통한 민족 내 화해를 도모하며 아울러 한반도 공동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두 체제가 만나 의견을 나누다 보면 북측이 요구하는 SW 아웃소싱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무엇보다 남한 IT전문가들의 지원과 지식협력은 북한의 IT기반 생산성 향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는 실용정부가 제시한 3000달러보다 훨씬 많은 1만달러 소득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최성/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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