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 날마다 발전하는 기술, 그리고 이들을 설명하기 위해 생겨나는 온갖 새로운 용어에 빠지게 마련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품 성능 우위를 확보하려는 업체 간의 경쟁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사투 그 자체다. IT업계에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제품력, 경쟁력, 지배력 등 기술의 우세에서 오는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력의 우세=고객 만족=매출 성장’이라는 공식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기술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자부심이 때로는 주변의 다른 중요한 요소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시장의 대변화를 예고하며 거창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진 수많은 기술과 제품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얼마 전 실시했던 사업부 워크숍에서 오랜 기간 우리 회사의 신규사업을 담당했던 부장님이 토의에 앞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동안 진행해온 여러 신사업 중에서 우수한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을 가지고도 국내 시장에서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하고 자연스레 도태돼 버렸던 이유가 뭔지 압니까.”
그건 단순히 가격이 비싸서도, 지원이 약해서도 아닌 기업 처지에서만 생각하고 추진했던 근본적인 자세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신사업 마케팅을 담당했던 나조차도 과연 해당 기술이 현재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인지, 지금 단계에서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기술인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우리 제품의 뛰어난 기술과 성능만 앞세웠다.
기술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고 일부는 그냥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늘 ‘고객이 최우선이다’ ‘고객 지향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막상 힘들게 개발해 놓은 기술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자세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기술의 바탕에 두어야 할 고객이나 사용자 중심의 마인드도 부족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몇 번이고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김정은 LG히다찌 기획관리파트 과장 jungeunk@lghitach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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