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LCD 협력사에서 조달받는 핵심 부품의 단가를 일제히 인상했다. LCD를 양산한 1995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익률 압박에 시달리는 LCD 백라이트유닛(BLU) 협력사들은 삼성전자가 지금까지의 관행과 달리 납품단가를 깎지 않고 오히려 올려줌으로써 수익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 총괄은 최근 철강·화학제품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 사업장의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부품 납품 가격을 전격 인상, 지난 3월에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단가를 인상한 원자재 품목은 철판과 몰드 프레임에 들어가는 레진, 시트 원단 등으로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제품들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일부 BLU 제품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 외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노트북PC 패널용 BLU는 전체 재료비 가운데 원자재 상승분 5%에 더해 추가 5%까지 납품 단가를 올려줬다. 많게는 10%에 달하는 단가 인상 효과다. 나머지 모니터·TV용 BLU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 5% 정도를 인상해 반영했다.
LG디스플레이가 올 초 철판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을 올려주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분 외에 BLU 납품 단가도 추가 인상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삼성전자는 분기별로 부품 협력사들의 납품 단가를 5% 안팎에서 깎아왔다는 점에서 협력사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배가되는 셈이다.
조용덕 삼성전자 상무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이익률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상생협력을 실천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일단 한시적으로 시행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BLU 협력사들은 납품 단가 인상 조치를 놓고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삼성전자 BLU 협력사인 태산LCD 정희성 상무는 “납품가 인상은 사상 초유의 일이며 우리로서는 말 그대로 감지덕지”라며 “비록 금액은 많지 않아도 피부에 와닿는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중국 등 해외 사업장의 협력사에도 통상적인 납품가 인하를 유보하고 있다.
국내 상장 BLU 업체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을 낸 곳은 삼성전자의 최대 협력사인 한솔LCD가 유일하며 그나마 이익률도 1%대에 불과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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