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中企는 우리 경제의 허리다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이 즐비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제품 값에 반영하기 힘듭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 말고도 납품을 할 업체가 널려 있거든요.”

 인수합병(M&A) 관련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난 한 IT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금력이 취약한 많은 기업이 하루하루를 빚으로 넘기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기업은행 부설 기은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402개사 가운데 87.3%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8%가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41.8%는 상당히 어렵다고 답해 절반 이상의 기업이 현재 매우 힘든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기업 협력사인 중소기업 15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기업 불공정 거래로 인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10곳 중 4곳이라고 한다. 피해 사례를 보면 대부분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가격 인하요구였으며 그 다음이 일방적 발주 취소, 납품업체 변경 순이었다.

 사실 ‘을’인 중소기업 처지에서 ‘갑’인 대기업의 일방적 요구에 맞설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 한다. 싫으면 관둬야 한다. 기업 경영을 그만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전용창구인 ‘협력애로신고센터’를 개소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앞으로 이 센터는 접수된 내용을 조사하고 법률자문을 거쳐 개선 방안을 찾아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한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예방하게 된다.

 지금도 전국 곳곳 대기업 정문 앞에서는 하도급 업체들의 피켓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난감한 대기업으로서야 변명이 없을 수 없지만 누가 뭐라 해도 종업원 몇 십명의 중소기업에는 생존의 문제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허리다. 허리가 건강하지 못하면 바로 설 수 없다. 그래서 허리가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이 활기를 가져야 한다”며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서 대기업과 협력하고 경쟁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초일류 선진국이라는 스웨덴·덴마크·스위스가 강한 것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중소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등산용 칼(일명 맥가이버 칼) 하나로 전 세계를 석권한 빅토리 녹스뿐 아니라 종업원이 65명에 불과한 페이즈 원은 비슷한 규모인 스웨덴의 하셀블라드와 함께 세계 디지털 이미징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미국도 중소기업이 전체 산업 생산액의 약 40%를 차지하며 제조업 고용인구의 약 60%인 800만명을 고용,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수출기업 중 95%가 직원 5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미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모델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연방정부가 건설업계에 적용하고 있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원제도인 멘토 프로티지 프로그램(Mentor-Protege Program)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일대일 지원계약을 맺고 정부 공사를 공동 수주하고 대기업은 기술, 노하우, 재정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로써 대기업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중소기업은 수입 증가뿐 아니라 직원 교육효과도 높여 서로 윈윈하고 있다.

 다음달 12일부터 17일까지가 중소기업주간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의 주제를 ‘경제강국, 중소기업이 희망이다’로 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호령하는 강소기업이 많은 나라가 경제강국이다. 이제 중소기업과 정부, 대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경제의 허리를 튼실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경련 협력애로신고센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지 모른다.

   홍승모부장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