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예화 한가지. 머리빗을 제조판매하는 기업 사장님이 신입사원들에게 절에 가서 스님에게 머리빗을 팔아오라는 과제를 내주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원들은 별 성과없이 되돌아 왔지만 빗을 다 팔고 추가주문까지 받아온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단지 시각을 바꿈으로서 불가능해 보이는 이 과제를 보기 좋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전 이른바 큰 회사에 다니는 선배로부터 요즘 신입사원들이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대학이 제대로 된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서 내심 또 그런 이야기거니 하면서 들었는데 뜻밖에도 지금까지의 거론되던 내용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요즘 입사하는 사원들의 경우 토익같은 기본 영어능력도 어느 정도 되고 컴퓨터와 기획서 작성능력, 전공분야의 기본능력들은 매우 단단하게 갖추어진 경우가 많지만 정작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들어보니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이렇게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인재들은 당장 주어진 일이나 정형화된 일들은 잘 처리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일을 기획하거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영 신통치 않아 답답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신제품 진화나 시장 부침이 심해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가 심한 기업환경에서는 주어진 일을 잘 하는 모범형 인재, 실용적 인재보다는 차라리 엉뚱한 생각을 하거나 여러 다른 분야의 지식을 결합해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문제해결형 인재, 창의적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마 독자 대부분이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때부터 오로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고 좋은 점수를 따서 남보다 앞서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정답이 무엇인지만을 외우려고 하고 그 지식이 어떻게 나의 삶에 그리고 세상에 소용이 되는 지를 음미해보기도 전에 무조건 더 많은 지식만 흡수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IT업계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계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데 세계적인 인재란 단순히 영어 몇마디 잘하고 그럴듯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잘하는 인재가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말로 다른 어느 경쟁기업에 뒤지지 않는 내공을 갖추었으면서도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인 것이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적인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겉만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일은 하나도 못하는 그런 인재가 아니라 안이 튼실한, 속이 꽉 찬 인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
대학에서는 당장의 영어점수나 전공공부보다는 삶을 고민하고 사회정의를 생각해보며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자율화도 단순히 더 점수 높은 학생을 뽑겠다는 선발의 자율화가 아니라 잠재력 있는 학생을 어떻게 잘 키워서 더 큰 인재로 만들 것인가에 두어져야 한다.
우리 IT업계의 미래는 이러한 참된 인재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가에 달려 있다. 아쉽게도 창의성은 열심히 외우고 틀에 박힌 훈련을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창의성은 개인으로는 삶의 방식으로 내면화되어 있어야 하며, 기업으로 볼 때는 기업문화가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체계를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고쳐나가고 기업문화를 새로이 만들어가며 사회에서 인재에 대한 평가와 보상체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인 인재들이 더 자유롭게 숨쉬고 세상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그 선배의 예측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신대 경영학과 오창호 교수 compino@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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