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째인데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명박정부는 대북정책의 기조로 ‘비핵개방3000’을 제시하면서 핵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경협이나 인도적 지원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북한은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체제 전복 기도라고 규정하고 ‘통미봉남’, 즉 미국과 협상하되 남한에는 봉쇄정책을 취해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합참의장의 북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 언급에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남북관계 정세는 현재 ‘싱가포르 회동’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의 협상이 전향적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교착과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다소 오락가락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평화번영정책이라는 기조 위에 진행되면서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협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에서는 상대적으로 불철저했고, 특히 방법론적으로 미숙한 문제를 많이 드러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는 철저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그 방법론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이며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협에는 소극적인 상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놓여 있는 객관적인 국제환경을 냉철히 분석해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한반도는 미·중·일·러라는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어 4대 강국 대 아시아전략의 핵심거점 역할을 해왔으며, 이에 따라 한반도는 근대 이래로 4대 강국의 힘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환경을 잘 이용하면 커다란 실익을 취할 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이라는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북한은 대외정책에서 중국과 러시아 간의 줄타기 외교를 통해 상당한 실리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 90년대 이후 북핵문제 등을 매개로 북한을 고립, 봉쇄시키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북한의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중국의 대미, 대일전략에서 북한이 순망치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이 봉쇄, 고립의 처지에 놓이게 될 때 중국과 러시아를 적절히 활용해 위기를 돌파하곤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 정책을 내세워 북핵문제의 철저한 해결 없이는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협을 적극 추진하지 않겠다는 정책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북한은 이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탈출구를 중국 등으로부터 찾게 될 것이다. 또 북미 간의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 북한은 미국과 직접적 거래를 통해 독자적인 친미독재국가로 전환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가 현실화게 되면 이명박정부는 북핵문제, 북한문제 해결과 관련한 강력한 지렛대를 상실하고, 나아가 나라의 통일문제와 관련해 중대한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협은 무원칙한 퍼주기 방식도 문제가 있지만, 북핵문제 해결 전까지 손을 놓고 있는 식의 수준 낮은 ‘연계론’도 문제가 있다. 북핵문제, 북한문제 해결과 남북경협은 더욱 큰 전략적인 차원에서 연관지어 사고하면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은 우리가 북한에 협상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임을 명심하고 정부는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특히 기업의 남북경협추진을 적극 장려해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경협은 연계하고, 병행해야 훨씬 효율적이다.
◆구해우/미래재단 상임이사 haewoo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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