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LCD 양산장비의 교차발주가 첫 성사됐다. 비록 각각 1개 협력사에 국한한 작은 규모의 발주이지만 장비 교차구매의 첫 물꼬를 튼 의미가 각별하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총괄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장비 협력사인 디엠에스(대표 박용석)에 8세대용 고집적세정장비(HDC)를 처음 발주했다. 디엠에스는 전세계 어레이공정용 세정장비 시장 선두업체이며 8세대 장비 공급에 앞서 지난해말 삼성전자에 7세대 테스트용 장비를 수주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삼성전자 반도체·LCD총괄 협력사인 아토(대표 문상영)에 8세대 라인의 가스 공급장치를 발주하기로 했다. 가스 공급장치는 비록 핵심 장비는 아니지만 향후 여타 공정장비로 발주가 확대될 단초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말 삼성전자 LCD총괄 협력사인 참앤씨로부터 5세대용 LCD 장비를 시범 도입했다.
박용석 디엠에스 사장은 “지난해말까지 서로(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시험 장비만 도입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던 일이 8세대 양산 장비로 첫 결실을 맺었다”면서 “양사의 실천적인 노력이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8세대 장비 교차발주는 이른바 ‘대대협력’ 및 ‘대중소 상생협력’의 상징이다. ‘선언적’인 약속이 마침내 지켜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대대협력에 공감하며 장비 교차발주 및 패널 교차구매를 선언할 당시에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협력사인 디엠에스로부터 7세대용 장비를,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협력사인 참앤씨에서 5세대용 장비를 각각 시험 도입했을때도 결국 ‘제스처’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특히 지난해말 양사가 상대방의 협력사를 전면 배제한 채 8세대 장비 발주에 나서자 교차 발주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8세대 장비 교차 발주는 삼성과 LG의 고질적인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첫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디엠에스로부터 HDC 장비를 공급받는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LG디스플레이에 비해 8세대 투자가 한참 앞섰던 삼성전자로선 굳이 LG 협력사를 선택할 까닭이 없었지만 상대방 협력사에 전공정 핵심장비의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에 8세대 가스 공급장치를 공급하게 된 문상영 아토 사장은 “비록 핵심 공정 장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장비 교차발주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결과”라면서 “향후 (교차발주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과 LG가 장비 교차발주에 나선 것은 자발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와 여론의 암묵적인 압력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난 1월 본지가 “8세대 장비 교차발주가 무산됐다”고 보도한 직후,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삼성과 LG의 행태에 대해 진노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디스플레이산업 간담회’에서 “삼성과 LG의 폐쇄적인 관행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 양사의 자세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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