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권 승계 일부 확인=조준웅 특별 검사팀은 99일 동안 수사를 끝내고 삼성 그룹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을 놓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던 불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일부 새로운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경영권 세습 의혹은 이재용 전무에게 계열사 지분이 싼값에 넘어가 탈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특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은 이 회사의 지분 관계가 그룹 지배권을 좌우하는 삼성의 순환 출자 구조에 비춰볼 때 핵심 사건으로 꼽혀 왔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지분이 이 전무에게 헐값에 넘어가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과정을 전략기획실의 전신인 그룹 비서실이 주도한 점, 또 이 회장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 등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미 1000억원 가까운 손해가 발생한 점이 검찰 선행 수사에서 드러나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이 회장과 그룹 전략기획실 핵심 인사들이 공범으로 밝혀졌다.
결국 특검팀은 이재용 전무에게 계열사 지분이 헐값에 넘어가 그룹 지배권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에 이건희 회장과 그룹 전략기획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면서 미완의 사건이었던 경영권 세습 의혹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그룹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금융 계좌와 계열사 주식을 이용해 관리돼 온 거액의 자금이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이었던 것으로 파악돼 조세 포탈 혐의를 적용했으며 정·관계 로비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결론났다.
◇조직 변화 불가피, 경영 쇄신안 주목=삼성 특검이 마무리되면서 삼성 측의 후속 조치와 함께 그룹과 계열사 경영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이미 내주 쇄신안을 공개하겠다고 못을 박은 상황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와 주식 등을 관리하면서 비자금 조성과 로비에 연루된 전략기획실 일부 조직과 인력을 쇄신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전략기획실을 부분 재편하거나 아니면 전면 폐지하고 새 조직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발표에서 기소 대상으로 결정된 전략기획실 핵심 수뇌부의 예상되는 퇴진에 맞물린 새로운 인물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 주변에서는 새로운 고위급 인사는 쇄신안 발표와 다소 시차를 두고 이달 말, 내달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또 내달 일부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진 인사를 마무리하고 그동안 미뤄온 각 계열사 인력채용과 경영투자 계획도 확정하기로 했다. 단, 사장단 인사는 계열사별로 이사회와 주주 총회를 거치고 2분기로 넘어가 경영활동이 한창이라는 점에서 거의 없거나 최소화되고, 내년 정기 인사 때 인사 요인을 적절하게 반영하게 될 것으로 삼성 관계자는 예상했다.
삼성은 아울러 이건희 회장의 퇴진 여부에는 급작스런 경영 변화는 삼성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이끌어갈 수 없는 점을 들어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계, 조속한 마무리 기대=재계는 이번 특검결과에 구체적 언급 없이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안정을 찾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특검 수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활동이 정상화되고 협력업체의 경영 어려움도 조속히 해소될 것”이라면서 “삼성이 초우량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경제 발전에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무역협회는 이건희 회장 불구속 기소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기업 정상화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또 유창무 회장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작용한 상속·증여세를 비롯한 제도상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특검 종결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5만여개 협력중소기업의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삼성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논평에서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동시에 삼성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투명경영 확산을 당부했다. 이 밖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 최고경영진의 기소조치를 놓고 “재판결과에 따라 경제에 또다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참작해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삼성 특검 4대 의혹 최종 수사결과
삼성 비자금 조성과 관리→사실 무근으로 결론
정관계 로비 의혹→심증 가지만 물증 없음
불법 경영권 승계→일부 사실관계 확인
e삼성 사건→무혐의 처리로 가닥
강병준기자 bjkang@
많이 본 뉴스
-
1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2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5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