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안정을 선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내수 위축 우려’ 발언에도 불구, 뛰는 물가에 대한 우려감이 금리동결 쪽 손을 들어준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금리 결정에 걸린 시간이다. 대개 회의시작(9시) 후 결정에 1시간 여가 걸렸던 평상시와는 달리 40여 분만에 ‘동결’로 결정됐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 시간이 짧았다는 것은 그만큼 위원간 이견이 적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경기지표가 엇갈리고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주가와 기업의 투자계획도 긍정적이다. 이에 반해 소비심리와 기업 체감경기는 반대로 부정적이다. 이 총재도 “지표가 최근 엇갈리게 나오는데 그런 경향이 가끔 있다”며 “(이같이) 엇갈릴 때 장기적으로 내려가는 신호냐 아니면 일시적 잡음이냐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 회의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내다본 3.3%, 그리고 올들어 계속 언급한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지켜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총재의 발언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는 최근 물가에 대해 “몇 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높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연말쯤 가서는 상승률이 많이 내려와서 최소한 3.5% 목표 밑으로 내려올 것 같다”고 지금까지의 전망에서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것으로 못을 박았다.
결국 이날 금리 동결은 물가안정에 치중하는 통화당국의 정책방침에 9일(현지시각)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이 110.87달러로 마감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물가 불안감이 확산되자 일각에서의 인하 필요성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큰 이견없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확신이 강했고 이 때문에 동결 결정도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단, 이날 이 총재가 경기에 대한 우려감을 강하게 표현했다는 것은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면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전체적으로 경기 상승세가 주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제성장은 몇 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보여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와 물가가 생각보다 안 좋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유가를 포함,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나면 금통위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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