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이소연, 비, 정치인

 말레이시아, 베트남, 몽골, 아프가니스탄이 한국보다 앞선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각종 퀴즈 프로그램의 단골 출제문이 될 것이다. 정답은 ‘우리보다 먼저 우주인을 배출했다’다. 스물아홉의 이소연씨가 지난 8일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 우리는 세계 서른여섯 번째로 우주인을 가진 나라가 됐다. 글로벌 경제규모 10위권의 대한민국이 이제야 우주에 첫발을 내디뎠고 고작 36위 우주인 국가로 랭크된 것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수백억원짜리 ‘우주쇼’라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씨는 우리 모두의 ‘꿈’을 싣고 우주로 날았다.

 몇 년 전 중국 출장길, 홍콩 공항에서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입국장 주변이 함성과 환호로 완전히 마비됐다. 1000여명의 중국인이 ‘비’와 ‘레인’을 연호하며 열광하고 있었다. 가수 비와 같은 비행기로 들어온 것을 그제야 눈치 챌 수 있었다. 덕분에 게이트 빠져나가는 데만 20여분이 소요됐다. 숙소로 이동하면서 괜스레 숙연해졌다. 그 옛날, 주변 제후국의 사신들이 황제를 알현하려면 쯔진청 외곽 1㎞의 문에서부터 ‘기어서(?)’ 들어가야 했다고 한다. 간신히 톈안먼에 도착해도 다시 9개의 문을 더 거쳐야 황제를 대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혹 우리 조상들도 그 ‘제후국의 사신’에 포함됐던 것은 아닌지 우울했다. 하지만 ‘비’의 중국 입성 장면은 달랐다. 역대 그 어떤 이 나라의 정치인도 그처럼 중국인의 자발적 열광 속에 대륙을 밟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감상적이지만 ‘비’가 자랑스럽고 ‘한류’가 뿌듯했다.

 이소연과 ‘비’로 대표되는 우리 젊은이는 건강하고 똑똑하고 당당하다. 비록 냉혹한 경쟁 제일주의 교육환경에서 자랐지만 글로벌 스타가 됐다. 이씨와 예비 우주인 고산씨가 영어와 러시아로 거침없이 기자회견 하는 장면은 흐뭇함까지 자아냈다. 가난 탓에 일주일을 굶어 봤다는 ‘비’는 이제 전 세계 젊은이에게 ‘꿈’을 전달한다. 그들은 역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꿈’을 실현한다. 기성세대는 후배의 끈기 없고 안일한 자세를 질타한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소연과 고산, 비가 바로 우리 후배세대다. 여전히 우리 젊은이의 건강성과 가능성은 세계 톱이다. 대한민국의 ‘희망’은 그들이 상징한다.

 9일, 18대 총선이 치러졌다. 4년간 이 나라를 이끌 파워엘리트들이 선출됐다. 이들에게도 우리가 ‘꿈’과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정치야말로 국민에게 꿈을 주고 용기와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고 갈등 조정하며 통일 이루라는 국민의 바람이 향하는 곳이 국회다. 그럼에도 시작부터 부정적이다. 정책대결은 실종됐고 권력자와 친소관계로 선택을 강요받았다. 유권자의 40% 이상이 출마자의 이름도 모른 채 투표에 나섰다. 선거가 끝났으니 곧바로 정계개편 같은 권력 지형의 변화로 다시 한번 온 나라가 시끄러울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의 크기를 나누는 셈법에만 매몰될 것이 뻔하다. 국민이 지도자 걱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몰관심으로 간다. 실제로 투표율도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18대 의원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초심 잃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라. 언제까지 대한민국의 ‘꿈’을 붉은악마와 이소연과 ‘비’가 제공해야 하나.

 이 택 논설실장 et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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