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SW가 희망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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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반가운 소식을 하나 들었다. 1분기에 LG전자가 휴대폰 부문서 다시 소니에릭슨을 밀어내고 한 단계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른데 이어 LG전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토로라의 3위 자리도 노려봄직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모토로라가 흔들리는 틈을 이용하면 세계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와 삼성·LG전자가 쥐락펴락할 날이 올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휴대폰이 반도체·디스플레이·TV 등에 이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게 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잘도 싸워왔다. 특히 부품, 하드웨어(HW)업계는 고속 성장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TV·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업체들이 이 분야로 서서히 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이 발표한 안드로이드가 대표적이다. 아예 단말기를 PC화해 자신들의 영역 속으로 하드웨어 업계를 끌어들이고 있다.

단말기의 PC화는 곧바로 소프트웨어(SW) 기업과의 경쟁을 의미한다. PC의 부가가치는 SW에서 나온다. 세계 SW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회사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노키아가 SW 및 서비스 기업으로 체질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SW와 HW를 둘 다 잘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의미다. SW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운용체계(OS)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디자인, 감성적인 조정 작업까지 포함된다.

디스플레이를 보더라도 같은 패널을 쓰는 업체들이지만 프로세싱과 튜닝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오디오 기기의 경우 똑같은 부품을 써도 음색을 어떻게 세팅하고 튜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SW의 경쟁력은 HW 이외에도 인터페이스, 디자인, 철학, 감성적인 부문까지 모두 해당된다. 특히 최근에는 디자인에 이어 인터페이스(UI)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HW와 SW에 대한 균형감을 찾아볼 수 없다. 정책 당국도 국산화율을 얘기할 때 HW 및 부품만 따진다. SW가 하나의 부분품이라 보지 않는 까닭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선진국과 너무 차이가 나 비교의 대상이 안되거나 SW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일 것이다. SW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구호만 요란할 뿐이라는 지적이 여기에 근거한다.

어려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특히 약한 SW의 경쟁력에 따라 차기 산업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SW 경쟁력은 인력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SW산업에 관한 한 중·고급 개발자의 절대적인 수적 열세와 경쟁력 저하는 위험 수준이다.

기업측은 처우는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실적과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부족한 노하우 습득 시간을 모방과 짜집기로 때우라고 강요한다. 토지에 물과 비료를 주어 지력을 증진해야 좋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하늘에만 제사를 지내는 꼴이다.

기업 역시 일방적인 SW 단가 인하 압력에 생존 위기로 내몰린다. 최근에는 정부마저도 예산 10% 절감 방침을 조달단가 인하로 풀려 한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SW시대다. 항공, 조선, 자동차, 의료기, 바이오, 로봇은 물론이고 휴대폰과 PC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산업의 경쟁력이 SW에 좌우되고 있다. 향후 5년이 그런 SW산업을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SW가 절망인 나라가 아니라 ‘SW가 희망인 나라’가 되도록 하는 것은, 그래서 온전히 MB 정부의 몫이다. <박승정 정보미디어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