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기술에 대한 단상

현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술을 담당하는 부서가 지식경제부(지경부)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로 이원화되면서 학교·기업·연구소의 많은 연구원이 기반기술은 교과부, 응용기술은 지경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반기술과 응용기술이 과연 독립적인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기반기술은 다른 기술에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응용기술은 기존의 기반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 정의하면 두 기술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술명을 조금 알기 쉽게 풀어보자. 원천기술은 유일무이한 독창적 기술, 요소기술은 무언가를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 핵심기술은 여러 기술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기술, 상용화 기술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 등 실체적으로 동일한 기술을 다양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한 연구 집단에서 기술은 기반기술부터 응용기술까지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고 또 개발돼야 한다.

 ‘이 기술은 기반이니까 내가 하고, 저 기술은 응용이니까 네가 하라’는 접근 방식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기술을 누가(Who), 어떻게(How) 하면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최고의 경쟁력을 어떻게 얻는지의 해답은 협업(융합, Who)과 집중(선택, How)에 있다.

 “어느 누가 제일 잘한다”는 표현은 요즘 연구 분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뛰어나도 독자적인 연구만으로는 성과를 얻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함께하자. 자동차와 IT가, 조선과 IT가 만나 함께 개발하자. 그리고 집중하자.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미국도 불가하다. 정부조직이 이원화됐다고 기술 개발도 분산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말자. 함께 모여서 집중하자. 그래야 대한민국의 기술이 살 것이다.

 김현빈 ETRI 디지털콘텐츠연구본부 책임연구원(hbk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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