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박동수를 올릴 방법은 없을까?’
고비용·저성장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실리콘밸리를 구하기 위해 현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실리콘밸리 지역 의회(Bay Area Council)가 맥킨지에 의뢰해 내놓은 ‘실리콘밸리 경쟁력 강화 보고서(Sustaining the Bay Area’s Competitiveness in a Globalizing World)’는 실리콘밸리의 실상과 향후 과제를 잘 담고 있다.
그린IT 등 새로운 성장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우수 인재 유치 등 특단의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싱가포르나 이스라엘에 혁신의 선두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는 1000여개 현지 기업 현황은 물론, IT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싱가포르·이스라엘(텔아비브)·스웨덴(스톡홀름)·중국(상하이)·영국(런던) 등 5개 경쟁국 경쟁도시와의 비즈니스 환경 비교도 포함돼 있다.
◇은퇴자들의 요양지(?)=보고서는 실리콘밸리의 현재의 문제점을 △우수 인재는 해외로 나가고 △예비 인력들의 학업 성취도 저하 △고비용 △은퇴자 비율 증가 등을 꼽았다.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우수한 인재들은 중국이나 인도 등지로 나간 반면, 현지 대학생들은 외국인 비율이 높아지면서 수학과 과학,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운영에 드는 비용도 런던 다음으로 많았다. 임금과 세금, 임대비 등이 높은데다 세제 혜택도 싱가포르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더 큰 문제는 현지의 기업이나 벤처캐피탈들이 다들 노쇠했다는 점이다. 창업 단계의 회사보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했거나 설립한지 10년이 넘은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서로 투자를 받고 투자를 하는 ‘자기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인구의 15%가 은퇴자라는 ‘늙은 도시’로 변모해가는 실리콘밸리의 단면이다.
◇그린IT 육성 급선무=그럼에도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수천개에 이르는 벤처캐피털들의 넘쳐나는 자금이 창업가들을 손짓하고 있기 때문.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자금은 싱가포르나 이스라엘보다는 10배 이상 많다.
보고서는 실리콘밸리의 노화를 막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그린IT 등 새롭게 등장한 산업군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글·인텔·HP·야후·선 등이 그린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현황을 소개하면서 세제 혜택 추가, H-1B 비자제도 개선 등 기업하기 좋은 실질적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신 랜돌프 베이에리어카운슬 경제연구소장은 “실리콘밸리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교육·세제·물가 등 지적된 사안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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