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거버넌스 활성화 좌담회]"경영진 인식 제고·성공사례 발굴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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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거버넌스 활성화 좌담회’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IT거버넌스협의회와 전자신문사 공동 주관으로 20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열렸다. 산·학 IT거버넌스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IT거버넌스 도입 현황과 문제점 등을 토론했다.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

 전자신문사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지난 2006년 공동으로 IT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산업계의 인식 제고 및 도입·활용 확산을 위해 IT거버넌스협의회를 구성했다. IT거버넌스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비즈니스 전략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에 국내는 IT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T거버넌스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즈니스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IT거버넌스도 우수하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는 효과적인 IT거버넌스를 가진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20% 이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자신문사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국내 IT거버넌스 도입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해 보고 향후 국내 IT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각계의 역할을 재정립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 참석자들은 국내 IT거버넌스 도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CEO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계몽과 함께 성공 사례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참석자

 △안중호 <서울대 교수·IT거버넌스협의회장>

 △황주현 <교보생명보험 전무>

 △류형규 <넥스젠엔씨지 대표>

 △이중원 <한국CA 전무>

 △김건환 <한국컴퓨웨어 전무>

 △김중식 <삼일PwC컨설팅 상무>

 △송기정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

 ※사회=유성호 <전자신문 컴퓨터산업부 부국장>

 

 ◇사회(유성호 전자신문 부국장)=사실 그동안 IT거버넌스협의회를 비롯해 언론, 그리고 각계 전문가 여러분이 IT거버넌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IT거버넌스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IT거버넌스의 중요성과 개념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안중호 서울대 교수=현재 기업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자원들 중 하나가 IT자원이다.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모두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IT자원들을 목표한 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큰 관심이 없었다. 비즈니스거버넌스는 계속 논의돼 왔는데 IT거버넌스는 정확히 개념이 내려지지 않았다. IT거버넌스란 조직의 IT자원을 조직 목적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도록 잘 관리하고 활용해서 조직원과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고 경영 위험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도록 리더십, 조직구조 그리고 프로세스를 규정하는 것이다.

 ◇사회=국내 IT거버넌스 도입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자. 금융권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앞서 가장 활발히 IT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추진 중인데 지금 현황은 어떠한가.

 ◇황주현 교보생명보험 전무=교보생명은 IT거버넌스 도입을 하나의 IT 경영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현업에서 IT자원들을 유효적절하게 잘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IT거버넌스는 기본적으로 CEO의 역할이다. 회사 규모가 크다면 CIO나 CFO, 그리고 CEO가 분담해야 한다. IT거버넌스는 도입하는 데 IT조직과 현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금융회사는 IT 자회사, IT 조직과 현업과의 삼자 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지가 중요하다. 금융권 CIO는 사내의 정보화, 전산화, 자동화에서 경영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인에이블러(작동가)로까지 역활이 확대됐지만 전략적인 기획자로서의 역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사회=컨설팅 및 솔루션 기업 위치에서 보는 IT거버넌스 도입의 문제점은 없는가.

 ◇김중식 삼일PwC 상무=국내 대형기업을 컨설팅한 경험이 있는데 사업부별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사자원관리(ERP) 컨설팅을 받는 등 IT거버넌스의 이해가 크게 부족했다. IT거버넌스가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CIO의 위상과 의사결정 구조가 관건이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한 IT거버넌스가 도입되더라도 효과가 국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IT거버넌스는 CEO가 설정해야 하는 어젠다다. CIO 위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에다가 CEO의 관심이 부족하면 IT거버넌스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IT가 이제는 비즈니스 그 자체인만큼 사업에서 경쟁자에 앞서가기 위해서는 IT거버넌스 그림을 처음부터 그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송기정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IT거버넌스 컨설팅을 하는 데 IT거버넌스만 독자적인 컨설팅 사례가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컨설팅 사이트 200여곳을 살펴보면 IT거버넌스 컨설팅만 집중한 것은 10% 정도다. 경영컨설팅과 함께 수행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또 CEO나 기획임원을 대상으로 톱 다운식으로 접근하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류형규 넥스젠엔씨지 대표=IT거버넌스 사업을 위해 고객을 만나 보면 IT부서와 현업부서와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적으로 IT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또 IT거버넌스가 실제로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IT거버넌스가 활성화되려면 톱 다운, 버텀 업 등 다양한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IT거버넌스가 실제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효과나 사례가 빨리 나와야 한다.

 ◇이중원 한국CA 전무=솔루션 기업으로 IT거버넌스 사업에 한계도 느끼고 어려움도 겪고 있다. IT거버넌스는 CFO나 CEO의 어젠다가 맞는데 그 사람들에게 전파가 안 됐다. 또 컨설팅 기업들이 제대로 IT거버넌스 사업을 펼치지 못한 것도 솔루션 기업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CEO나 CFO의 인식을 바꾸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버텀 업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황주현 전무=기업에서 IT거버넌스를 그 자체로 접근하면 어렵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2년, 2010년 비전을 만들어낼 때 경영전략 수립과정에서 IT부문도 하자고 시작됐다. 경영 부문의 IT전략 수립하는 데 지나가 보니 IT거버넌스였다. 2003년부터 구축하면서 보완해 나가고 있다. 접근은 CEO부터 시작해야 한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거버넌스 필요성을 얘기하고 회사 거버넌스의 IT부문을 강조해야 한다. IT부서는 현업부서와의 신뢰를 위해 반 걸음 앞서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IT거버넌스를 위해서는 감성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내부고객 만족을 이끌어가야 한다. 교보생명은 IT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CEO가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올해의 CIO상에서 CEO가 공로상을 받았다.

 ◇김건환 한국컴퓨웨어 전무=거버넌스가 몇 년 전부터 화두가 됐지만 성과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IT거버넌스가 활성화되려면 비즈니스거버넌스와 맞물려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국컴퓨웨어는 솔루션 공급에 앞서 IT거버넌스 프로세서 정립, 방법론을 우선적으로 한다. 기업들이 IT거버넌스를 도입하는 데 너무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하려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하고 성과도 내기 어려운 것 같다.

 ◇사회=국내 IT거버넌스 추진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럼 이를 해결하는 방안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안중호 교수=IT거버넌스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톱 다운 방식과 버텀 업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CEO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도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계몽이 수반돼야 한다. 때로는 시장 수요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서 준비해서 들어간다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예 시장수요를 만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우선은 깨우쳐 주는 게 중요하다. 각 대학이나 기관에서 하는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거버넌스 중요성을 알리는 과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 인식 제고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사회=IT거버넌스가 사회에서 관심을 못 끄는 이유는 역설적으로는 국내에서 그다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엔론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IT거버넌스는 다른 나라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는가.

 ◇류형규 대표=넥스젠엔씨지는 IT거버넌스 컨설팅과 솔루션을 함께한다. IT거버넌스 본질로 접근해야 하되 기업마다 IT거버넌스의 정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직의 문화, 특성에 따라 접근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이제 IT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비즈니스 전략을 위해 IT를 이용한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적용사례를 찾아야 한다. 비즈니스를 잘하기 위해 IT거버넌스를 적용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중원 전무=IT거버넌스를 채택할수록 기업과 사회가 보다 건전해진다. 기업(비즈니스) 거버넌스에 못지않게 IT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인식의 파급이 시급하다. 방법적으로는 컨설팅에서 조직이나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이후 솔루션이 도입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IT거버넌스 도입에 따른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인력절감, 투명성, 이익 확대 등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우선 툴보다는 인식 제고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김건환 전무=IT거버넌스가 활성화되려면 CEO나 경영진이 결정해 밑으로 의사결정이 내려가는 톱 다운 방법이 우선돼야 한다. 회사 전체 비즈니스 정책과 상통해야 한다. 톱에서 내려와서 회사 정책을 만들어낼 때 IT를 넣어야 한다. 또 성공 사례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정성적인 것보다는 정량적으로 수치화해야 한다.

 ◇김중식 상무=사내 IT조직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즈니스를 알고 있는 현업 임원은 의뢰로 IT에 대해 귀동냥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IT 부서 수장은 비즈니스를 전혀 모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교보증권이 IT거버넌스에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CIO가 단순 정보화뿐만 아니라 인력지원 부문도 맡으면서 회사 전체 경영을 알고 IT조직에서는 자신의 위상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기정 상무=IT거버넌스만을 위한 접근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비즈니스거버넌스 컨설팅을 할 때 이와 관련된 툴을 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툴은 부차적인 것 같다. 또 IT거버넌스 용어를 보다 쉽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 따른 맞춤식 IT 경영체제를 만드는 것이 IT거버넌스를 활성화하고 키워나가는 방법이다.

 ◇황주현 전무=컨설팅 및 솔루션 기업에 두 가지를 제언하겠다. CEO를 비롯한 CXO를 대상으로 거버넌스 홍보 필요성이 필요하다. 대학 최고경영자교육, 다양한 CEO모임에서 IT거버넌스를 왜 도입해야 하는지 교육을 해야 한다. 실례 중심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현업을 도와주기 위한 IT 투자라는 점도 주지시켜야 한다. 교보생명은 분기별로 현업부서와 IT부서가 만나 IT투자 실무협의회를 갖는다. IT솔루션 기업이 IT컨설팅 기업보다는 경영컨설팅 기업과 협력해 공략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 같다.

 ◇사회=이제 모든 조직은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IT거버넌스는 새로운 융합의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될 것이다.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가 지속성장의 기반이 되듯이 IT거버넌스의 도입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시점이다. IT거버넌스가 기업의 지속 성장, 나아가 산업과 국가경쟁력 발전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정리=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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