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인재 양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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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덕연구단지 박사들이 자녀의 이공계 대학 진학을 만류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농담을 넘어 상식이 된 듯하다.

 회자하는 많은 사유 중에도 아마 가장 큰 것은 점점 깊어가는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일 것이다. 덧붙이면 요즘 세태가 젊은이들에게 심어주는 표피적 자본주의 가치관이 나이 든 박사들의 젊은 시절과는 큰 괴리감도 한몫할 수 있다.

 혼자 벌어 자식 교육도 버거운 형편은 제쳐두고, 급격히 열악해진 연구 환경의 변화로 IMF 때 단축된 정년까지라도 연구할 수 있을까 하는 말 못 할 불안감이 과연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지금도 가끔 “IMF를 야기한 사람들이 이공계였는가”라고 그때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물론 정부출연연구원들이 국민에게 더욱 노력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부분도 있으나, 현재 이룩한 과학기술의 성과 속에는 과거부터 지속돼 왔던 출연연 박사들의 노력과 희생도 충분히 있다.

 지금처럼 현실적인 사고가 만연한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장학금을 주어야 이공계로 인재들이 모일까. 지난 자료를 보니 1년에 861억원을 이공계 장학생들에게 투자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이공계출연연구소의 원장연봉이 국책은행 감사의 5분의 1 정도라는 통계가 재미있는 신문기사가 되는 마당이다.

 글로벌 시대, 부족한 인재를 외국에서 유치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가 간 첨예한 이익이나 운명이 갈릴 경쟁부분에서 핵심 인재들을 잘 양성하고 관리하는 국가에는 맞는 말이다.

 과연 우리는 그런가. 많은 인재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훌륭한 핵심인재도 나오고 국가도 부흥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조국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할 비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이 이공계의 위기이자 비상할 기회다.

 이상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정책부장 (lesach@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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