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욕속부달(欲速不達)의 의미를 되새기며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일이다. 한 고을을 다스리게 된 자하(子夏)는 공자에게 정치하는 법을 물었다. 공자는 미소를 지으며 “욕속부달 욕교반졸(欲速不達欲巧反拙)”이라 했다.

 급히 서두르지 말고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급하게 서두르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작은 것에 매달리다 보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기 안에 무리하게 자신의 치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정치가의 속성을 꼬집은 말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또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하는데 서두르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정략적인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의욕이 과했던 탓일까. 모든 걸 일사천리로 처리하려다 보니 나오는 불협화음일 것이다. 최근 정가와 관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하는 얘기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른 사람은 알아서 나가달라는 얘기가 거침 없이 나오는가 하면 정부 산하 기관과 공기업 수장 자리도 내놓으라는 얘기가 들린다.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의 속성상 당연할 것이다. 논공행상(論功行賞)도 해야 하고 총선 전략상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코드가 다를 뿐더러 새 정권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정치적 배려(?)로 들어앉은 사람이 1순위일 것이다. 관례를 깨고 임기말 인사를 강행한 전 정권의 노림수를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칼 자루를 쥔 쪽은 MB(이명박)정부다. 조각(組閣)을 단행한 이후 새 정부 모습도 갖춰가고 있다. 장차관 임명에 이어 부처 고위직 인사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권력 이동에 따른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의욕이 넘치는 것일까. 과욕이 아니라면 정치적 셈법인가. 정치적 배려로 들어 앉힌 사람을 제외한다면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임기직 기관장이나 관료를 무조건 나가라고 강제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키 어렵다.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도대체 설 익은 인수위 정책이나 정부 조직개편 및 조각 과정의 어설픔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혹시라도 그토록 비판했던 참여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르지 말고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욕속부달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서두르다 무리수를 두면 더 큰 낭패를 보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급한 것부터 하나씩 챙기라는 것이다. 멀리 보고 크게 가자는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업무 공백이 없나, 국민의 불편은 없는지부터 찬찬히 살펴야 한다. 조직 개편에 따라 사라진 법 시행령도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한 것은 다시 만들라는 것이다.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순리대로 접근하지 않다 보니 함량 미달의 인사가 올라가고 있다.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 지역간 균형도 중요하지만 분야별·산업별 균형을 맞춰 전문가를 쓰는 것도 필요하다.

 방통위 상임위원 인사가 대표적이다. 정치색 인사, 방송계 인사로만 채우려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융합시대의 새 산업을 관장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IT) 전문가나 케이블TV 인사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방송의 내용이나 공정성에 관심이 있다면 방통심의위에 시선을 둬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욕속부달’의 의미는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좀더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눈으로 정치를 투영해 봐야할 것이다. 그래야 설 익은 정책과 조각으로 떠나는 민심을 잡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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