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청문회가 열리게 될 모양이다. 그간 논란이 돼왔던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오른다. 물론 야당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문제점이 명쾌하게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엊그제 최 내정자 쪽에서 장문의 해명서를 돌렸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적 세싸움 이다. 쉽사리 사그라질 상황은 아닌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청문회에서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최 내정자의 목소리보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압도적으로 전달되는 형편이다.
각료 청문회는 자질과 도덕성, 정책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마치 권력과 언론 관계만이 쟁점의 전부인 양 몰고 가는 것은 곤란하다. ‘땡전 뉴스’에서 ‘기자실 대못질’까지 견뎌냈던 대한민국 언론이다. 설사 대통령이 위원장을 겸임한다 해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시시비비는 결국 국민이 가려낸다. ‘노무현 학습효과’다. 이명박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권력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독립성을 해칠 정도로 어리숙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 내정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것은 IT규제 철학이다. 견제세력이 탄탄한 언론 분야에 비해 정보통신·IT 쪽은 무풍지대다. 방통위원장의 철학이 곧바로 정책이 된다. 미국 FCC도 케빈 마틴 위원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마틴은 4년 넘게 FCC 위원을 지내고 부시 대통령의 기술 정보통신 보좌관까지 했다. 고도의 전문성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IT 분야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할 경험이 충분하다. 하지만 최 내정자는 IT가 약점으로 꼽힌다. 방송은 합리적 타당성 혹은 상식선에서 결정이 가능하지만 정보통신은 다르다. 정보통신·IT는 규제와 진흥이 수레바퀴와 같다. 제로섬이 아니다. 규제가 곧 정책이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를 보자. 이를 유지할 것인지의 규제 방안이 곧 산업 흥망과 연계된다. CDMA도 그랬지만 규제가 결정되면 가치사슬의 맨 끝단에 위치한 기업들까지 당국만 쳐다본다.
내친 김에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통신시장은 독점력 해체를 겨냥한 3강 정책이나 차별적 규제를 통한 경쟁 환경 도입이 그간의 큰 물줄기였다. 유무선 통신요금은 ‘강제적, 선제적 인하’가 곧 ‘선’이라는 도그마가 지배한다. 그런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돼야 하는가. 2세대 CDMA는 성공했지만 3·4세대에서는 지구촌 규모로 전쟁을 벌이는 이통 관련 국가 표준은 어떤가. 여전히 고립적이지만 한국적 표준을 밀고 나가야 하나. 무차별 M&A가 가속화되고 있는 IT 시장에 대처하는 정부의 원칙은 무엇인가. FCC를 벤치마킹했다지만 융합보다는 칸막이 방식이 여전할 것 같은 방통위 조직구성은 바람직한가. 행안부와 지경부, 공정위에 이르기까지 업무 중복이 예상되는 여타 부처와의 조화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간 IT부처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소비자 최우선 정책은 어떤 가치를 갖게 되는가.
최시중씨는 건국 이후 가장 막강한 규제기구로 탄생한 방통위의 초대 위원장 내정자다. 국회는 그의 정치적·사상적·도덕적 능력을 검증하는만큼 IT 규제철학을 헤아려 보라. 세부 정책을 다룰 수는 없어도 그의 IT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IT 정보통신인들은 아직도 새 정부의 프레임을 몰라 헷갈려 하고 있다. 오죽하면 청문회조차 목말라 하나.
이 택 논설실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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