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와 통신장비 공급업체인 시스코코리아가 유지보수 서비스 유료화 문제를 놓고 자존심을 건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코리아가 내달 유지보수 서비스를 연단위로 유료화하겠다며 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통신사업자들은 “기존 장비를 새로 계약하자는 요구는 받아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 양측 간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다.
시스코코리아는 최근 하나로텔레콤·KT·LG데이콤 등 대형 통신사업자와 순차적으로 유지보수 서비스의 연단위 계약 갱신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공급한 장비도 새로 연단위 계약을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통신사업자들은 시스코코리아가 제시한 조건이 ‘터무니 없는 요구’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악의 경우에는 시스코 장비 불매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장비를 구입할 당시에 품질보증 기간에 맞춰 서비스 비용을 선지급했는데 이제 와서 매년 계약을 갱신해가며 고액의 서비스료를 다시 치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남상철 하나로텔레콤 정보망운용팀장은 “시스코의 요구를 들어주면 수십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남 팀장은 “시스코가 기존에 공급한 장비의 업그레이드나 버그 수정 등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무기로 계속 억지를 부린다면 우리도 구매를 무기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다른 장비 구입 시에 추가되는 비용만큼 장비가격을 깎거나, 심하면 대형 구매자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장기간 시스코 장비를 구매하지 않는 극약 처방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데이콤 측도 “시스코가 구매자를 대상으로 너무 강수를 두는 것 같다”며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KT 및 하나로텔레콤 등과 연계해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스코코리아는 지난해 기존 서비스상품 판매 계약을 했거나 새로운 정책 도입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두 명의 임원에게서 사표를 받았을 정도로 새로운 서비스 정책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 이들 양자 간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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