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증권가가 부산스럽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발효를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의 이합집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증권이 현대차그룹에 매각됐고 CJ투자증권·교보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기업은행·SC제일은행·STX팬오션·KTB네트워크 4개사가 종합증권업을 신청하는 등 모두 13곳이 증권업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45년 광복 이후 60여년간 우리 자본시장은 예금과 대출 금리차(예대마진)와 위탁 수수료라는 두 가지 수입원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IMF라는 파고가 있기는 했지만 이러한 수익구조가 무너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년 2월 자통법이 발효되면 금융기관 간 벽이 허물어지고 무한경쟁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자본시장의 컨버전스가 시작되는 셈이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선포하고 세계적인 금융업체로 발돋움할 태세다. 베트남·중국·홍콩 등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 공략 계획도 속속 내놓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3대 증권사의 총자산 규모가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메릴린치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해 ‘규모의 경제’가 우선인 세계 금융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하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 금융업계가 예대마진과 위탁 수수료의 울타리를 벗어나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90년대 말 위탁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던 증권업계에 뛰어들어 펀드와 사이버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성공을 거둔 미래에셋증권이나 이트레이드증권 사례도 있다. 80년대만 해도 아시아의 2류 제조업체였던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가 세계로 뛰어들어 GE나 소니·GM처럼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겨루게 된 것도 좋은 본보기다. 그들은 규모가 커서 성공한 게 아니라 임직원의 의지와 지혜가 한데 어우러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경민기자<경제과학부>@전자신문,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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