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 ‘방통위’가 ‘4기 방송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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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상하다. 최시중 위원장이 내정됐지만 야당과 언론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청문회를 열기도 전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졌다. 대통령과 너무도 가까운 사이란 점이 ‘결격사유 1번’ 이다.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자식 병역문제부터 79억원에 이르는 신고 재산까지 물고 늘어진다. 야당은 청문회 보이콧 으름장도 마다않는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여야 간 죽기살기 싸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정이 이러니 신설 방통위 구성은 첫 단추부터 파열음이다. 기존 방송위와 정통부 직원들의 인사 배치는 하세월이다. 덕분에 산적한 방송·통신 현안은 창고에 입고됐다. IPTV에서 M&A 관련 조치, 주파수 재활용방안, 휴대폰 보조금 일몰제 등등 켜켜히 대기하고 있는 정책현안은 ‘낮잠’ 중이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따로 있다.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 4명의 하마평이다. 여당은 방송과 통신분야 인사를 각각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야당은 가급적 방송쪽 인물로 2명을 채운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대상 인사를 언론에 흘려 여론의 검증을 받는 중이다. 누가 낙점되든 정보통신(IT) 전문가는 5명 가운데 1명이다.

 이쯤되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가 발전적으로 통합된 방송통신위원회인지, 아니면 ‘4기 방송위’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머릿수’라는 단면으로 방통위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물론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가뜩이나 정보통신 IT인들이 ‘홀대’받는다고 아우성인 판에 대표성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설움’으로 바뀔 것이다. 실무 조직에는 과거 정통부 관료들이 대거 들어간다는 반론은 먹히지 않는다. 어차피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시스템이다.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새 정부가 정통부와 방송위를 합친 것은 융합시대의 대비였다. IT와 방송이 모두 컨버전스에 묶여 가고 있으니 칸막이 규제를 없애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언론으로서의 방송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 정책은 국민의 직접적 먹거리다. 방통위의 결정 하나하나에 우리 산업의 앞날이 좌우된다. 예컨대 IPTV법이 누구에 유리한지 따지는 것은 거대 방송사와 통신업체 간 논쟁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망, 시스템, 운용 소프트웨어, 콘텐츠에 목을 매는 것은 수십, 수천개의 관련기업과 종사자다. ‘시장 논리’에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지만 그들도 우리 경제의 생산과 고용 창출의 한 축이다. 이 때문에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방통위는 균형과 조화가 강조된다. 융합의 요체 역시 다르지 않다. 정치적·당파적 시각으로 접근하기도 하지만 고도로 전문화된 정책과 시장 전문가들의 능력도 발휘돼야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방통위에 대한 논란은 과거 방송위 수준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과 먹거리 걱정은 실종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당과 야당, 방송사와 통신업체 및 뉴미디어 간 격렬한 투쟁이 불가피하다. 내편, 네편의 격정적 이해 표출이 붓물을 이룰 것이다. 무대포적인 기득권 수호로 비판받거나 기업 논리에 포위된 채 정책은 ‘갈지 자’ 행보를 보일지도 모른다. 융합은 흡수가 아니다. 정보통신 IT산업과 미디어의 질서 있는 조화와 균형이다. 그 첫걸음은 세력 간 안배, 정치성과 전문성의 절묘한 ‘타협’이다. 방통위는 지금 지난 ‘3기 방송위’ 출범 장면을 ‘재방송’ 중이다.

 이택 논설실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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