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변양균 사건, 황우석 교수 사건, 삼성특검 수사에서 숨은 공신은 ‘디지털 파일 복원 기술’ 이다. 지우고 지운 파일들을 되살려내 수사에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것. 디지털 포렌식으로 통칭되는 이 기술은 디지털 증거들이 법적효력을 갖도록 과학적·논리적 절차와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일반인에기는 다소 생소하지만 디지털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2000년 이후부터 수사에서는 일반·산업범죄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고려대 디지털 포렌식 연구실은 지난 2002년부터 임종인·이상진 교수(정보경영공학부)가 머리를 맞대고 디지털 포렌식 전 분야에 걸쳐 연구를 해오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법률· 휴대폰·PDA 등에 기록된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는 모바일 포렌식 기술·램(RAM)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활성 데이터 수집 기술·기업회계를 살피는 포렌식 어카운팅 기술·잠겨있는 파일을 여는 패스워드 검색 기술·레지스트리 기술 등 다양하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성과도 거뒀다. 지난 2004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내의 ‘디지털 증거분석센터’와 학문·기술교류 협정(MOU)을 체결하면서 이론과 실제를 접목한 연구실 운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연구실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 제작한 한국형 디지털 수사 가이드라인이 표준으로 채택되면서 포렌식 기술만이 아닌 법제와 서비스 등에도 신경 쓴 노력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연구실 출범 초와 비교해 규모도 커졌다. 30명의 기술연구 학생과 7명의 포렌식 관련 법을 연구하는 학생 등 37명이나 된다. 내년에는 연구실에서 디지털 포렌식 센터로 격상될 예정이다. 임 교수는 “우리 삶이 디지털 기기와 떨어져 있는 것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라고 운을 뗀 뒤 “디지털 포렌식은 디지털화되는 삶 속에서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분야이기에 앞으로 무한 성장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 임종인 교수
“디지털 포렌식은 관련 법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임종인 교수(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는 디지털 포렌식은 기술만 연구해서 되는 학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렌식은 수사에 쓰일때 개인정보와 밀접히 관련돼 법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많다”며 “어렵게 여러 기술 SW들을 이용해 얻어낸 정보를 그냥 썩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사이버수사대 등이 오래전 부터 활동해왔지만 여전히 디지털 증거물을 다루는 법은 탄탄하지 못한 편이다. 이에 임 교수는 “사실 사이버 범죄가 점점 더 고도화될수록 디지털 포렌식 관련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며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편”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임 교수는 “외국의 경우 세세한 항목까지 법제화 해놔 수사가 좀 더 효과적”이라며 “우리도 심도 있는 한국형 디지털 증거 수집 및 절차 표준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현기자@전자신문, ar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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