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5대 어젠다](3)외자유치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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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줄 땅이 없어 놓쳤다.

작년 봄 노르웨이의 태양광 발전 소재업체인 REC가 우리나라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엔 REC가 원하는 땅 30만평이 없었다. 결국, REC는 지난해 말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렸다. 제주도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엔 (공장을 지을) 땅이 있지만 우리나라엔 없다.

정동수 KOTRA 인베스트코리아(IK) 단장은 “우리나라에는 해안이나 산림을 개발하는 데 규제가 많아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REC의 결정이 비단 땅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국토 이용에 따른 규제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 투자유치 위한 탄력적 정책 필요= REC가 싱가포르를 투자지로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싱가포르의 언어소통 문제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이다. REC가 공장을 지을 부지와 함께 요구한 것은 직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었다. 3000여명의 직원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싱가포르에 손님을 놓친 이유다.

 싱가포르는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싶으면 산업에 따라 법인세를 5년에서 15년까지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대우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5년간 법인세를 100% 면제해주고 이후 2년간 50%를 감면해주는 수준이다. 정 단장은 싱가포르는 15년을 해준다고 나오는데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최대 7년”이라며 탄력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지원하는 직접지원 예산도 많지 않다. 가까운 일본 오사카만 해도 한 해 쓸 수 있는 예산이 150억엔인데 우리나라는 50억원에 불과하다. 30분의 1 수준이다. 모든 투자기업이 직접지원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투자를 위한 경쟁이 붙었을 때 상대가 오사카라면 반쯤은 지고 시작하는 셈이다.

 ◇ 실속 있는 미래 먹거리를 유치해야= 10여년 전 ‘묻지마 외자유치’에 나섰던 중국도 요즘엔 투자하려는 기업을 가려서 받고 있다. 단순히 인력을 많이 고용하는 조립·임가공 기업은 사절한다. 자국의 고도화 계획에 부합하는 첨단 업종 정도는 돼야 중국에 공장을 짓거나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울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오래 전부터 외국인 투자유치를 양보다는 질로 바꿨다. 참여정부 들어 ‘동북아 R&D허브’ 구축을 목표로 해외 R&D센터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고 많은 연구소를 유치했다. 하지만 실속 면에선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다.

국내에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 반도체 업체 사장은 “반도체 분야의 R&D센터를 운영하려면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데 그런 고급 인력을 구하기는 어렵고 결국 인건비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인텔이 중국으로 R&D센터를 옮긴 것도 공식적으로는 내부사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비용이 높은 반면에 아웃풋이 없어서라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유치 실적에 매달리기보다는 연구기반 조성과 각종 지원제도, 국내 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비즈니스 등을 묶는 신중한 R&D센터 유지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갖고 있지 않은 경쟁력 있는 핵심 부품소재 기업이나 국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R&D센터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이명박 정부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잘 활용해야= 25일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가 크다. 당선 때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쳐온 새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다.

정 단장은 “새 정부는 법인세도 몇 년에 걸쳐 낮추고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영어실력도 높여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올해 이 같은 정책이 시작되면 한국에 대한 투자인식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IK가 올 초 전 세계 34개 무역관의 투자유치 담당자들을 불러들여 해당 지역의 상황을 보고하고 올해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보고됐다.

◆이명박 정부 세일즈 외교 총력

 이명박 정부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투자 가치를 높이는 ‘세일즈 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내 산업 경쟁력과 세계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투자 유치’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의 엑기스’를 뽑아내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보완을 위한 중점 유치 대상과 세부 업종은 물론이고 해당기업까지 선별·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추려진 국가와 기업들에 새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 사업 및 지역개발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투자 실익을 챙길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역점 추진할 ‘외국인 투자기업 경영·생활환경 개선 신5개년 계획’을 마련해 이르면 올 상반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회복하고, 투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글로벌적인 규범적용과 가능한 범위 내의 직접적인 지원까지 추진하게 된다.

 변화한 국내 투자 환경과 실익 확보 전략을 해외로 널리 알리기 위해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시·도 자치단체의 국내외 IR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다.

 김필구 산업자원부 투자정책팀장은 “중앙정부와 시·도, 경제자유구역청, 인베스트코리아 등이 참여하는 중점 유치대상 선별 및 공략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 투자유치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다음달 말 새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외국인투자위원회도 열어 국가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문정·이진호기자@전자신문, mjjoo@

 “2008년은 신흥국의 모든 지표가 선진국의 지표를 넘는 분수령이 되는 해다. 미국 경기 침체 여부에 관계없이 신흥 국가에 전략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때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위기감이 고조된 미국 경기 상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국제 자본은 전망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시스코도 2010년까지 인도 공장 직원을 지금은 3배 수준인 1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세계 투자 자금도 풍부하다.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조538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돈이 투자 매력이 넘치는 곳에만 몰린다는 점이다. 이익이 없는 곳은 냉혹하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명박정부의 해외 투자 유치 전략도 한국을 얼마나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지에 달려 있다.

중국과 인도는 막대한 인구와 해외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내세워 외국인 투자를 무섭게 빨아들였다. 중국은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금액을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112억 달러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기업에는 33%에 달하는 높은 법인 소득세율을 적용했으며 외국 기업에는 15%만 적용한 친외국기업 정책 덕분이다. 인도는 중국으로 쏠렸던 FDI를 끌어오기 위해 ‘규제의 옷’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인도 정부는 올해 항공사의 FDI 지분 제한을 기존 49%에서 79%로, 보험사 지분도 26%에서 49%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중국과 인도의 매력이 ‘덩치’라면, 인구 700만명의 홍콩이나 400만명의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과 국제 금융 허브임을 각인시켜 해외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아시아 FDI 순위에서 중국에 이어 인도와 함께 2∼4위권을 경합 중이다. 홍콩이 해외 투자 유치의 ‘다윗’으로 부상한 것에 대해 왕위젠 홍콩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경제 자유도, 세계 최저 수준의 법인세, 개인소득세, 완벽한 법치와 정보 유통의 자유, 중국 시장의 관문이라는 이점이 두루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중동 산유국도 FDI를 빨아들일 태세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대한 FDI 규모는 2001년 22억4000만달러 수준에서 2006년 370억9000만 달러로 5년 만에 16배나 늘어났다. 내셔널뱅크오브아부다비 지아드 다바스 증권 담당 디렉터는 “UAE의 높은 경제성장률, 안정적이며 높은 수익 덕분에 투자자의 확신이 날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