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열린 ‘옌볜 한중IT포럼’ 탓일까. 옌볜이 최근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한중 IT산업단지로 지정받았다. 이는 매우 뜻깊은 일로 옌볜자치주정부와 옌지시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옌볜의 변화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옌지시의 IT센터는 이미 가동했으며 옌볜조선족자치주는 350만평에 이르는 ‘신산업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옌볜과학기술대학의 지식산업센터(R&D)센터가 조만간 문을 연다. 그리고 서울의 뜻있는 경제 기술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가칭 ‘연변경제발전촉진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쉬운 일들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 동포를 그저 단순한 일이나 하는 사람으로 홀대하고, 마치 우리가 그들을 돕는 것처럼 생각해 왔다. 지난 10여년간 한국어를 사용하는 10만명이 넘는 엄청난 산업인력을 공급받은 우리 정부나 기업은 이제 새로운 시각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가 기피하는 3D 업종은 물론이고 힘든 서비스 산업에 동질의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산업인력을 공급받았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IMF를 겪는 동안 단순 인력이 부족했던 우리 산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옌볜은 인력뿐 아니라 삶의 근원마저 빼앗기고 있다. 한국으로 나오지 못한 옌볜의 남자는 무능력한 이로 인식돼 가정이 깨지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간 한국의 많은 기업이 우수한 조선족을 공급받아 중국에 진출했으며, 모두 중국의 칭다오·광저우·선양·푸둥·옌타이 등 대도시와 남방으로만 사업을 이전했고 옌볜은 길이 멀다는 이유로 인력 빼오기만 거듭하고 있다.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옌볜 진출이 아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우수한 조선족 인력을 공급받기를 요청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제는 옌볜에 산업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산업인력도, 조선족의 문화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라도 옌볜에 기업이 들어가고 교육 지원을 해 옌볜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돕지 않으면 한중 협력의 하나의 중심축이자 중국에 있는 우리의 가장 큰 인력자원 보고인 옌볜의 미래를 우리가 무너뜨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옌볜 기업인의 어려운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방문 때마다 비자를 받기 위해 매번 초청장을 받아야 하고 심지어 20일이 지난 후에 비자가 나온다면 어느 기업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겠는가.
지린성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모 기업은 지난해 비자 관계로 결국 일정을 맞출 수 없어 한국에서의 미팅을 포기하고 말았다.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인 선양 영사관에는 2∼3시간 전화를 해도 전화통화가 어렵고 현지 직원들의 태도는 귀찮아하는 느낌을 준다.
옌볜을 오가는 비행기는 중국 노선 중 가장 비싸고 일정을 잡기도 어려울 만큼 옌볜은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옌볜과 중국동포인 조선족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의 우수한 기업들이 많이 옌볜에 진출해 옌볜자치주 발전과 우수한 조선족 배출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중간 튼튼한 다리를 놓는 동시에 남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동북아 경제권 공략에도 매우 유용한 일이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ikea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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