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상이 바뀔 거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디지털 방송 분야도 이전보다 규제가 많이 풀리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단순히 요금·지역·시장점유율 규제 등 ‘규제’라는 이름이 붙은 진짜 규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표준화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나 그늘이 존재한다. 표준화 중에서는 사업자 편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만 하는 것이 많다. 표준화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따르지 않으면 차후에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규제나 다름없는 것이 허다하다.
표준의 법제화나 강제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핑계로 하고 있지만 사실 수출이나 산업진흥을 진짜 이유로 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면, 유럽과 달리 단 하나 있는 위성방송사업자가 양방향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위해서는 MHP만을 사용해야 하거나 디지털케이블에서 POD를 사용해야만 하는 게 과연 사업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바고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
표준을 제정하거나 산업에 강제하는 것이 실제로는 시장에서 사업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고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책입안자는 알아야 한다. 국내 서비스 사업자들이 성공해야 제조사·솔루션 업체도 발전하는 것이며 콘텐츠 및 문화 산업의 발전 또한 이룰 수 있다.
시장은 살아 움직인다. 소비자의 요구뿐 아니라 사업자의 서비스도 기술도 계속 변화해 나간다. 그러나 지나친 표준화는 시장의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사업자가 반드시 표준을 지키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시장 논리를 적용, 사업자가 자사와 소비자의 이익을 고려해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도록 하면 경쟁력 있는 표준은 살아남고 국내 표준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번 제정한 표준을 정기적으로 재검토, 사업자와 소비자 처지에서 재조명해 기술발전에 반영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아직 법제화나 표준화가 마무리되지 않은 IPTV는 이러한 점들이 고려돼 표준화의 의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었으면 한다. 표준을 정하고 산업에 적용하는 일을 맡은 기관은 제정된 표준이 항간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전봇대가 되지 않도록 사업자·소비자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반영했으면 한다.
김재현 NDS코리아 상무 jason@n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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