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 외국 컴퓨터 기업에서 5년 동안 소프트웨어(SW)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거의 30년 전 일이다. 당시 컴퓨터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람이 있었고 도전의 대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시에는 분석에서 설계·프로그래밍·테스트까지 프로세스를 지키는 쪽에 집중하는 즉 ‘SW 공학’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상세 설계를 위해 지겨울 정도의 검토 과정을 거쳤으며 코드화 후에도 리뷰와 테스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설계·프로그래밍 진행과 별도로 다른 팀에서 테스트를 준비해 단위 테스트 후에 바로 제3자에 의한 통합 테스트가 이뤄졌다. 그러나 옛날의 이런 방법은 지금은 점차 퇴물이 되는 느낌이다. 컴퓨터 성능, 사용 언어, 방법론 측면에서 많이 진화했고 기본 속성은 변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개발 업무에 참여하는 엔지니어의 자부심과 지켜야 할 필수 준수 과정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선진국일수록 기본에 더욱 충실하다. 끊임없이 현장 데이터를 모으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식스 시그마 (6σ)’ 도구를 SW 공학에 적용하는 기업이 느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 걸음이라도 빨리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원가는 당연히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품질은 이길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휴대폰에서 텔레비전·자동차·항공기는 물론이고 금융·교육·유통까지 모든 산업에 걸쳐 더 많은 SW가 필요하며 더 많은 사람이 SW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이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960년대 F-4 전투기는 조종 기능의 8%를 SW가 차지했으나 2000년 F-22는 80%까지 확대됐다. 미루어 짐작하면 어느 기업이 SW를 다른 기업보다 더 빨리, 보다 낮은 원가로 품질 좋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SW를 산업과 고용 창출 측면 모두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 SW 전문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방안이 여러 각도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정부 정책으로 반영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시 공약 사항으로 자리 매김할 정도여서 여간 반갑고 가슴 벅찬 일이 아니다.
SW를 주업으로 하는 기업뿐 아니라 SW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업이 지금보다 월등히 뛰어난 역량을 갖기 위해서는 문화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문화는 모든 사람이 당연시하는 생각과 행동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많은 엔지니어가 이 순간에도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그 기업의 SW 개발 문화 즉 바람직한 절차와 역할 또한 충실히 따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엔지니어가 우리 기업에 와서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의문이 생긴다. 과연 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개인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개발 문화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SW는 다른 일과 달리 협업을 전제로 인간에 의해 이뤄져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간과돼 왔다고 생각하는 바람직한 SW 개발 문화 방안을 다른 여러 정책과 더불어 시도해야 한다. 또 기본에 충실한 SW 개발 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경영자 내지는 리더의 몫이다. 지금까지 모든 관행을 무시하고 SW 공학을 믿고 따르도록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공학을 적용해야 측정이 가능하고 측정이 돼야 관리가 가능하다. 또 이로써 개선이 가능하다. 이는 수십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검증된 사실이다.
적은 비용으로 빨리 끝내려고 보면 품질을 놓쳐 결국은 비용은 더 들고 기간은 길어지며 고객 만족은 떨어진다. 경쟁력도 뒤진다. 처음에는 늦어 보이고 답답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엔지니어 한 사람, 한 사람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개발 부서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제품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문화는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고 또 바람직한 문화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LG CNS 박계현 부사장 ghpark@lgc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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