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융합시대, 미래로 가는 길’을 향해 힘차게 나섰던 정보통신부와 관련 산업계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정통부 폐지라는 벽 앞에 아예 멈춰설 지경이다.
작게는 지난 3년여 동안 진통 끝에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윤곽을 잡아가던 통신·방송 정책기능 일원화 방안이 백지가 될 위기다. 크게는 21세기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새로운 근간인 IT를 방치해 첨단 지식정보사회에서 퇴보할 처지다.
10일 결국 절규가 터져나왔다. 정통부 직원 일동은 이날 스스로 백척간두에 서는 심정을 담아 “정통부를 폐지하는 등 어떤 상황에서라도 통신·방송 관련 정책기능은 하나로 묶여 있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미래를 향한 길’이 통신·방송은 물론이고 IT 융합형 독임제 행정기구를 통해 열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앞으로 IT 융합을 새로운 국가 경제발전 계기로 삼아야 할 텐데 지금 거론되는 새 정부의 IT 관련 조직개편 방향이 그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4만여명의 정통부 직원들은 “1884년 우정국으로 출발한 이래 120년 전통을 가지고 국가발전을 선도해온 조직(정통부)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공중 분해돼 새로운 발전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절절한 마음을 국민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 펼쳤다.
성명도 연일 빗발쳤다. 한국전자파학회(회장 조영기)와 한국해양정보통신학회(회장 김현덕)는 공동 설명을 통해 “IT 주무부처 기능을 분산하면 ‘IT 코리아’ 위상과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경제 성장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정보통신정책 전담부처를 존치하고 기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도 나섰다. IT연맹노조도 “IT강국 위해 무엇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통부 통폐합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특별위원회도 “정통부 해체는 (우리 기술로 처음 상용화한 통신·방송융합서비스인) 지상파 DMB 포기선언”이라며 “정통부 기능을 분리하고 규제를 다원화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대비가 아니라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오류이자 시대 역행적 정책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주변으로 누수된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정통부 정책기능 가운데 △산업진흥 부문이 산업자원부 △인터넷·정보보호 등이 문화관광부 △미래정보전략·우정사업 등이 행정자치부로 옮겨갈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부 통신규제기능은 아직 명확한 주무처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IP)TV 사업을 추진하는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같은 내용을 들고 방송위원회·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뛰어다니느라 어디를 다녀왔고 어디에 가야 할지를 모를 수도 있겠다”며 “당장 직접적인 통신규제기관인 통신위원회가 어느 기관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되는지도 궁금하다”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새 시대 국가 미래 비전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측면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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