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악의 복제방지기술(DRM) 제거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워너뮤직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30일 뉴욕타임스·AP통신 등은 워너뮤직이 DRM 없는 디지털 음악파일(MP3)을 아마존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EMI와 유니버설뮤직에 이어 워너뮤직까지 DRM 제거에 나서면서 전 세계 디지털음악 시장의 ‘DRM 프리’는 대세가 될 전망이다.
워너뮤직은 ‘레드 제플린’ ‘아레스 프랭클린’ ‘션 폴’에 이르기까지 회사가 보유한 전곡을 MP3형태로 아마존에 공급할 계획이다. MP3 곡당 요금은 89∼99센트로 앨범 가격 5.99∼9.99달러와 비교해도 비교적 싼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번 계약으로 아마존이 공급하는 디지털 음악량은 290만곡으로 늘어나 음악 공급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뉴스의 눈
전 세계 디지털음악 시장의 족쇄(DRM)가 완전히 풀렸다. 워너뮤직의 에드거 브론프먼 회장 겸 CEO는 올 2월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DRM 제거를 주장했을 때 철저하게 반대 진영의 선봉장에 섰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제대로 잘 적용하고 있는 DRM을 왜 포기하느냐”면서 “음반이든 영화든 DRM 제거에는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1년도 안 돼 “디지털 음악파일을 사고팔고 즐기는 데 어떠한 장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DRM 고수에 써왔던 노력을 음악가 발굴과 소비자 서비스 등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제 4대 음반사 중 DRM을 고수하고 있는 곳은 소니BMG밖에 없다. EMI는 일찌감치 애플과 손잡아 음반사와 애플 간의 힘의 균형을 깨뜨렸으며 유니버설뮤직도 지난 8월부터 애플을 제외한 월마트와 아마존에 DRM 제거 음악파일을 판매하고 있다. 필립 레이 인사이드디지털미디어 애널리스트는 “소니뮤직도 내년 초에 DRM 제거에 나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DRM 표준화 문제도 물 건너갔다. 올 초만 해도 음반업계는 DRM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DRM의 표준 미비로 서로 다른 MP3플레이어에서 호환이 안 되는 것이라며 업체 간 표준화를 촉구했었다. DRM 자체가 없어지는 마당에 이는 모두 소용 없는 논의가 된다. 뉴욕타임스는 “DRM 소프트웨어 시장 자체가 축소할 것”이라고까지 내다봤다.
이 같은 시장변화는 국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SK텔레콤의 MP3폰에서는 ‘멜론’ 사이트에서 구매한 음악파일만 재생하도록 제한해도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정도로 국내는 DRM 유지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전 세계 음반 시장이 DRM 제거가 대세가 된다면 국내 산업 방향도 대세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한 번 음악파일을 구매하면 어느 PC나 MP3플레이어로 들을 수 있다는 소비자 편익 우선주의의 부상을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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