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비용을 최소화 하라.’
이동통신 3사가 새해 마케팅 비용 절감을 선언했다. 올 해 사상 최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며 출혈경쟁을 펼쳤더니 경영실적에서 고스란히 부메랑을 맞은 결과다. 이에 따라 극심한 혼탁 양상을 보인 이동통신 시장이 새해에는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물론 보조금 금지규정 일몰과 3세대(G)로의 시장 전환속도라는 변수가 남아있어, 어느 한 사업자가 움직일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새해엔 자제한다=공격적 마케팅을 이끌었던 KTF는 새해 마케팅비용을 올해보다 무조건 줄인다는 방침이다. 김연학 KTF 전략기획실장은 “3G 시장에서 SHOW(쇼)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올 해 다소 전략적으로 물량공세를 펼친 것도 사실”이라며 “새해에는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는 등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여 마케팅비용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F의 이런 전략 변화는 SK텔레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올 해 2G·3G 병행전략과 함께 1분기 5866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사용했지만 KTF의 3G 공세가 예상 밖으로 거세자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7000억원대의 물량공세를 펼치며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따라서 KTF가 마케팅 비를 줄인다면 SK텔레콤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출 것이다. 올 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770만명의 누적가입자를 달성한 LG텔레콤 역시 최근 정일재 사장이 “마케팅비용을 올 해 보다 30% 가량 낮추고 싶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보조금 자유화·USIM 정책 방향 변수=3월로 예정된 보조금 규제 철폐, 그리고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정책 방향이 변수다. 2분기부터 보조금 지급이 사업자 자율로 바뀜에 따라 초기에는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USIM 관련 정부 정책 방향이 ‘의무약정’을 두는 조건부 개방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보조금 경쟁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고객 유치가 일정 기간 확보되는 사업자로서는 보조금에 대한 위험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적극성을 띌 수 있다. SK텔레콤의 자금력이 너무 강력해 오히려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흥미롭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보조금 규제 없이 맘 먹고 물량공세를 퍼부으면 한 순간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어 KTF나 LG텔레콤이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1분기 시장 분위기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상 유례없었던 마케팅 전쟁=KTF의 3G WCDMA 시장 선점 전략에 SK텔레콤이 맞불을 놓고 LG텔레콤이 KTF의 2G 고객을 끌어오는데 주력하면서 유례없는 올해 마케팅 경쟁이 펼쳐졌다. KTF와 LG텔레콤이 지난 3분기에 이미 2006년 전체 마케팅비용을 넘어섰고, SK텔레콤도 같은 기간 사상 처음으로 2조원 이상의 마케팅비용을 푸는 등 엄청난 자금이 시장에 뿌려졌다. 2000년 이래 줄곧 마케팅비용이 한 해 오르면 다음해는 내려가는 추세였다는 점에서 2006년과 2007년 두 해 연속으로 마케팅비용이 증가한 것은 올해 시장이 얼마나 과열됐는지 알 수 있다.
신혜선·정진영기자@전자신문, shinhs·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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