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다. 라틴어 ‘서력기원(AD:Anno Domini)’의 의미 그대로 ‘주 탄생 이후’ 2007년째다. 크리스마스는 어느 새 인류에게 종교를 떠나 축제로 통한다. 역사를 거슬러올라가 보면 이날은 통신방송산업에서 구세주 아기예수 탄생만큼이나 중요한 또다른 사건으로 의미를 더하는 날이기도 하다.
1906년 겨울 캐나다 퀘벡 출신의 레지널드 페선던은 자신의 가족과 조수를 마이크 주변에 모이도록 했다. 그는 전송기를 이용해 남미와 보스턴을 오가는 유나이티드 과일 회사의 배에 자신의 연주곡과 음악을 내보냈다. 크리스마스를 맞고서도 대서양 상에 떠 있던 배의 무선통신원은 모스부호의 점과 선이 아니라 페선던의 낭랑한 목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이었다.
그는 노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우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내가 짧게 말했고 그 다음에 축음기로 헨델의 라르고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내가 구노의 ‘거룩한 밤’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며 그중 한 절을 직접 불렀다. …” (‘마르코니의 매직박스’ 중에서)
페선던의 목소리는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버지니아 노퍽에서도 들렸다. 그는 세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와 음악 라디오방송을 일반인에게 들려준 대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예전 송년의 거리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활기를 더했지만 요즘은 캐럴 한 곡 안 들리는 거리가 자연스러워졌다. 음악CD를 팔던 레코드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MP3P와 인터넷음악에 더 익숙해진 디지털세대 특성의 반영이기도 하다. 저작권보호법 가운데는 매출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음악이라면 함부로 틀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있다. 그래서 그 옛날 맨 처음으로 구노의 ‘거룩한 밤’을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어했던 한 캐나다인의 마음이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재구 콘텐츠팀장@전자신문,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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