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기후 변화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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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조금만 뒤돌아보면 살고 있는 땅의 기후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황사는 해가 다르게 심해지며 장마가 짧아지는 대신 집중호우가 많아졌다. 또 겨울에 많이 잡히던 명태와 대구 등의 어획고가 감소하는 반면에 여름에 주로 잡히던 오징어가 겨울에도 적지 않게 잡히고 있다.

 1000년에 한 번 있을 정도의 폭우가 태풍 루사 이후 불과 오 년 만에 다시 제주를 강타했다. 세계적으로도 1960년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호수였던 차드호가 45년 만에 10분의 1 크기로 줄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탄자니아 세렝게티공원의 동물이 1976년 이래 십 년마다 초원의 40%씩을 잃었으며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30년 전보다 개체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전 지구적 기후 변화가 자연적인 과정이 아니라 90% 이상이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이유로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2100년까지 지구 온도는 최대 6.4도, 해수면은 최고 59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 온도가 1.5∼2.5도 상승하면 생물종의 20∼30%가, 3.5도 상승하면 40∼80%가 멸종 위기에 처하고 기온이 3도 이상 오르면 전 세계 해안의 30%가 침수 위험에 빠지며 현재 상태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2020년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7500만∼2억50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IPCC는 이를 막기 위해 적어도 2020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기 시작해야 하고 2050년에는 2000년 배출량의 50∼65%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는 자연 환경 및 생활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영역에도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에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를 면제받고 있으나 2013년 이후에는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럽에서는 교토의정서를 지키지 않는 나라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계 전반에 비용 상승효과를 유발해 산업의 경쟁우위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지구 안전과 인류 평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곧 국가 경쟁력 향상과 미래 시장 선점이라는 인식을 갖고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지난 2001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설립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오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5% 보급을 목표로 정하고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에너지 등에 중점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OECD가 올해 발표한 특허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일본 특허청 출원에서 2005년도 기준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신재생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는 유럽 특허청 출원에서 16위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기후 변화 관련 기술 개발이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태양광·지열·풍력·수력·바이오·수소 등 탄소 중립적인 재생에너지 개발은 물론이고 경차 개발·보급 등으로 수송에너지를 절감해야만 한다. 또 전자제품 및 건물 등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고 이산화탄소를 삼림이나 해저에 저장하는 기술 등 연구개발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나가야 한다.

 기후 변화는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우리 모두가 뜻과 지혜를 모은다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최대 위기인 기후 변화를 헤쳐나가는 데도 우리가 IT 분야에서 입증했듯이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다시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용 특허청 차장 taeyong122@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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