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동의보감](41)의술(醫術)과 정치(政治)의 차이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것이 의술이라면 천만인의 생명과 안위를 한순간에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것은 정치일 것이다.

 옛날 백성을 사랑하는 임금이 관료들을 동행하고 행차를 가던 중에 야위고 헐벗은 노인네가 서러이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임금은 가마에서 내려 손수 노인을 일으켜 세우며 두 손을 붙잡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까닭을 물었다. 노인은 흉년이 들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자 자식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자 죽을 결심으로 집을 나와 유랑걸식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임금은 눈물을 흘리며 노인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마련하도록 하고 자신의 주치의로 하여금 노인의 몸을 회복하게 했다. 그리고 그 자식을 찾아 몰래 사정을 알아보게 했다. 자식은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아버지를 제대로 찾아볼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임금은 자식의 불효함에 노해 벌을 주려 하였다. 그러는 한편 관료들에게 자신의 백성 사랑이 이와 같이 깊으며 또 불효를 용서하지 않는 인의(仁義)가 뚜렷함을 은근히 뿌듯해했다.

 이에 옆에 있던 관료가 임금에게 말했다. “임금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히 알겠습니다. 의사의 잘못된 의술은 한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다리와 건물을 짓는 목공의 잘못된 공사는 백명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며 고을의 관리는 많아야 수천명의 삶을 좌지우지할 뿐이나 임금의 말 한마디는 천하 사람의 존폐를 좌우합니다. 그러함에도 임금은 목공의 공사만도 못한 은혜를 베풀고 자랑스러운 기색이 얼굴에 있으니 이 어찌된 일입니까. 백성이 먹고 살기 곤궁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급기야 효와 예가 종적을 감추었는데 이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고 벌은 누구의 것입니까. 임금께서는 부디 의사나 목공의 도리로 사랑하지 마시고 임금의 도리로서 백성을 사랑하소서.”

 임금은 부끄러워하며 크게 깨우치고 노인의 자식을 벌하라는 명을 중지하고 이후로 천하 백성을 살리는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

 의술과 큰 공사로도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정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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