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C, 신문방송 겸업 32년 족쇄 푼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언론사의 신문·방송 겸업 허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18일(현지시각)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FCC 위원 중 공화당 측 3명이 찬성표, 민주당 측 2명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케빈 마틴 FCC 의장도 신문·방송 겸업 금지를 완화해야한다고 적극 지지했다. 미국은 지난 32년 동안 상위 20개 시장에서 여론 독과점 우려 등을 이유로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엄격하게 금지해왔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상위 20위 내 동일 지역에서 신문과 방송을 동시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해당 지역 내 시장 점유율 4위 안에 드는 방송사는 신문사를 겸업할 수 없으며 20개 주요 지역 이외 시장에서는 FCC의 심사를 거쳐 겸업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FCC는 향후 18개월 동안 미국 전역에서 신문·방송 겸업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날 FCC는 케이블방송 업체의 시장 점유율 한도를 30%로 제한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뉴스의 눈

신문·방송 겸업은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적인 이슈로 꼽힌다.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소유 관계가 변할 경우, 보수 성향의 공화당이냐, 진보 성향의 민주당이야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 공화당은 신문·방송 겸업 허용을, 민주당은 겸업 불가를 주장한다. 현재 FCC 위원은 공화당 출신이 3명, 민주당 출신이 2명. FCC 위원 구성 비율대로 3 대 2로 통과된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케빈 마틴 FCC 의장이 신문·방송 교차 소유 허용을 역대 어느 위원장보다 강력히 밀고 있다는 점이다. 미 상원들은 마틴 의장을 청문회에 출석시켜 검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표결을 최대 6개월 이상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마틴 의장은 예정대로 18일 표결을 진행했다.

마틴 의장은 “신문·방송 교차 소유는 1975년에 만들어진 낡은 법이며 그때와 지금은 미디어 환경이 너무도 다르다”면서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 경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디어 교차 소유 금지 원칙에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FCC가 미디어의 다양성을 확산하는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실패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인 미디어액세스프로젝트는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왜 법률 통과가 강행됐는지 모르겠다”면서 강경 대응의 뜻을 밝혔다.

FCC는 2003년에도 신문·방송 겸영 허용 법안을 위원 3 대 2의 투표로 통과시켰지만 소비자단체들이 연방 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 무효화시킨 바 있다.

반면, 뉴스코프·트리뷴·LA타임스 등 3개 언론사는 “이번 법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교차 소유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표결 결과가 알려진 직후,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리뷴 주가는 1.02달러, 뉴스코프의 주가는 23센트 올랐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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