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술표준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90년대 말까지 기술 표준 시장은 미국·유럽·일본의 3강구도를 형성했다. 한국은 명함 조차 내밀지 못하는 기술 추종국에 머물렀다. 항상 따라가는 입장이다 보니 피로만 누적됐고, 또 애써 따라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진국들은 또 다른 표준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기 일쑤였다.
그러나 2000년대 디지털경제로 전환되면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표준이 곧 국제표준인 분야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IT분야는 한국의 앞선 기술력을 앞세워 독자적 표준을 세계 표준에 밀어 넣으며, 국제표준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상파DMB(T-DMB) 기술이 14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으로 채택된 것도, 우리가 꾸준히 축적해 온 기술표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얼마 전 와이브로 기술이 ITU에서 제4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진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T-DMB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통신방송 융합을 선도하는 국가이자 IT 표준주도국으로 확실하게 자리 매김했다.
우리의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는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기술과 제품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또 우리나라가 기술 추격국에서 기술 선도국으로 진입했다는 신호임과 동시에 향후 가장 이상적인 수출인 ‘기술로열티’로 산업의 구조를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가표준은 해당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맥을 같이 한다. 뒤집어보면 해당 국가의 산업경쟁력은 바로 그 국가의 기술표준분야 경쟁력이 바로미터다. 이번 지상파DMB 국내표준의 ITU채택에도 우리 전문가들의 표준화 활동을 통한 발언권 제고와 외교력이 한 몫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표준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우려다. 이어지는 쾌거들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보다 체계적인 국제 표준화 활동 기반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정책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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