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7]IT 매니페스토- 원론적 수준 그친 `정책 경쟁`

 제17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IT 공약이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자신문은 독자들의 이 같은 지적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후보들마다 참공약을 선별하고 실천을 독려하기 위한 나침반(매니페스토)을 제시하기로 했다. 산·학·연 IT 전문가(최고경영자 포함)와 파워블로거, 이공계 대학생 등에게 어느 후보 IT 공약에 구체적인 목표·예산·기간이 담겼는지를 물었다.

IT매니페스토 평가단 시선(평점)이 ‘C(7∼7.9)’와 ‘D(6∼6.9)’로 싸늘했다. 정책과 공약 경쟁이 실종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평가위원은 실제로 “정책보다 정치 논리에 휩쓸린 대선 정국 현주소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며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정동영·이명박 후보의 정책 방향조차 우리나라 IT 산업이 지닌 심각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선언적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가장 큰 현안인 통신·방송 융합에 대한 큰 그림도 그리지 못한 채 원론적 수준의 공약들만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목표’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어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번갈아 가며 ‘B’를 기록했다. 특히 ‘통신·방송 융합 및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의지(목표의 구체성)가 뚜렷해 정동영 후보가 C(7.8), 이명박 후보가 B(8.3)로 평가됐다.

이에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의 정부 조직 축소 의지가 더욱 뚜렷하게 돌출된다”며 “이 후보가 제시하는 이른바 선진국 수준인 10개 안팎은 힘들더라도 최소 3∼4개 부처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동영·이명박 후보는 또 (중소기업지원·소프트웨어육성·일자리창출 등) ‘IT 산업 육성’ 부문에서 ‘목표의 구체성’뿐만 아니라 ‘기타 공약과의 확장성’ 등에서 평점 B를 기록하며 어깨를 견줘 지속적인 IT 중견·중소기업 지원을 예상케 했다.

평가위원들도 △현 정부 정책을 구체화해 반영하거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가려는 의지(정동영) △현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명박)을 높이 평가했다. 또 IT 산업 육성 정책을 △중견기업 육성과 연계하고(정동영) △부품소재·의료·문화산업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이명박)는 등 기타 공약과의 확장성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B)를 줬다.

차기정부에서 그 가시적 성과가 기대되는 ‘남북 IT 교류’ 부문은 평점 차이가 뚜렷했다. 남북 교류에 ‘경제 영토 확장론’을 담아낸 정동영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구체적이라는 평가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개성공단을 조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 IT 특구’를 제시하는 등 참여 정부 북한정책과 맥을 같이한 결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후보의 ‘한민족 사이버 공동체’ 구상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는 평가(C)를 받았으나 재원조달의 현실성이나 기간의 명확성에서 낮게 평가(D)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경우에도 남북 IT 교류 부문별로 모두 D·E를 받아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제 선택은 IT 유권자 몫이다.

◆매니페스토, 어떻게 평가했나

 전자신문의 이번 매니페스토 대상은 지지율 등을 고려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다섯 명의 후보로 압축했다.

평가 대상 공약은 IT산업과 관련한 주요 이슈이면서 각 후보의 공약에 모두 포함된 항목 위주로 선정했다. 선정된 공약 분야는 크게 △방통융합정책 및 정부 조직개편방향 △IT산업 육성 △남북 IT교류의 세 가지다. 각 분야는 △목표의 구체성 △추진방법의 타당성 △재원조달의 현실성 △기간의 명확성 △기타 공약과의 확장성 등 세부 평가항목으로 나누고, 각 세부항목당 10점씩 50점 만점으로 했다. 따라서 세분야를 합찬한 총점 150점이 된다.

평가위원은 산·학·연 전문가, 파워블로거, 이공계 대학생 등 각계각층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들로 다양하게 평가단을 구성했다. 평가위원의 실명과 각각의 평가위원이 심사한 점수는 개별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며, 최종 합산한 점수만 공개했다.

◆이것이 아쉽다

 ‘목표는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과 실행 기간이 명확하지 않다’

17대 대선에 나서는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한 전자신문 매니페스토 평가위원들이 내린 공통적인 결론이다. 평가위원들은 각 후보들이 전자신문 매니페스토의 주 평가항목이었던 △통·방융합정책 및 정부 조직개편방향 △IT산업 육성 △남북 IT교류의 세 가지 항목에 대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만 제시해 아쉬움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한 평가위원은 “IT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정책의 전문성과 구체성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라며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관련 정책이 다른 후보에 비해 비교적 소상하지만, 이 역시 구체성이 매우 약하고 전문성과 실현 가능성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평가위원은 “공약들이 서로 엇비슷한 것이 많아서 차별화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떻게’라는 방법론이 함께 제시되지 않은 채로 지향하는 목표만 밝혔기 때문에 후보 간 공약의 차별화가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었다. 정동영 후보는 기구통합에 대한 목표설정이 다소 포괄적이며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IT산업 육성정책도 다소 추상적이며 의욕은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후보는 방통융합과 남북IT 교류 등에서 경제적인 면이 주를 이루고 있어 균형감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평가됐다. 또 IT산업 육성 정책도 단기적인 부분에 치중돼 장기적인 정책제시에 대한 부분이 지적됐다.

권영길 후보는 전체적으로 목표 설정이 다소 추상적인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목표가 추상적이고 이상적이다 보니 추진방법 등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제 후보 역시 선언적인 목표 제시에 이어지는 단계적 실행방안 부족을 지적받았다.

이회창 후보는 IT산업 육성 정책에서 목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제시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추진방법도 단편적인 것이 한계로 평가됐다. 또 남북교류에 대해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의 논의는 있지만, IT교류는 언급하지 않아 남북 IT 교류문제를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선기획팀 팀장 김상룡·이은용·심규호·김준배·이호준·한세희·권건호·최순욱·황지혜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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