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50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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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의 50대 이상을 겨냥한 ‘굿라이프’사이트(위)와 버라이즌의 화면과 키보드가 큰 휴대폰 ‘쿠프’

 ‘50대를 모르면 성공도 없다?’

정보기술(IT) 공룡들이 50대 이상의 소비자 환심을 사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퇴직자협회에 스폰서로 나서는가 하면, 노인층을 겨냥한 게임 프로모션도 등장했다. 변화무쌍한 IT 동향에 익숙한 10대, 20대를 좇느라, 안중에도 없던 50대 이상에 대해 ‘손님 대접’을 시작한 것이다. USA투데이는 IT 공룡들이 50대의 두둑한 돈주머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시하지 마라, 50대!=IT 업계를 긴장시킨 것은 급속히 팽창하는 50대 이상 인구다. 인구통계학 분석자료(부머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미 50대 인구는 9100만명에 달하며, 2017년이면 1억1300만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18∼49세 인구는 20년 후에도 고작 1% 가량 증가, 1억3600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닐슨온라인은 지난 9월 조사에서 55세 이상 인터넷 이용 인구가 18∼34세 이용 인구를 앞질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의 50대 속성이 예전 50대와도 판이하다. 업사이트리서치는 “50대는 20∼25세 때 소니워크맨과 PC를 만져본 사람들”이라며 “지금도 MP3플레이어를 사고 내비게이션으로 차를 몰 정도로 IT 제품 구매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NPD그룹 조사 결과, 지난 1∼8월까지 미국 PC 판매량의 32%,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의 31%가 50대 이상의 주머니에서 만들어졌다. 미국퇴직자협회(AARP)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 인구의 총수입은 3조3000억달러에 달했다.

◇휴대폰에서 게임기까지 ‘올드보이’를 모셔라=이제 IT 업계는 50대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버라이즌은 지난 4월, 55세 이상 마케팅을 담당할 신임 임원을 뽑았고 최근에는 퇴직자협회 주관 행사에 200㎡ 규모의 홍보 부스를 설치했다. 화면과 키보드가 큼직한 휴대폰 ‘쿠프(coupe)’도 출시했음은 물론이다.

닌텐도는 게임기가 10대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미국 전역 퇴직자 커뮤니티의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게임기 ‘위’를 무료로 기부했다. 닌텐도 측은 “퇴직자들이 게임에 익숙해지면, 집에 한 대씩 마련하고 손자들한테 선물할 것”이라며 시장 확대에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노인층에 적합하도록 폰트·밝기·아이콘 등을 개선한 제품을 내놓았으며(Microsoft.com/enable/aging), 윈도비스타에는 몇몇 복잡한 기능을 아예 삭제했다.

인터넷 업계의 대응은 더욱 빠르다. AOL은 50대 이상을 겨낭한 굿라이프(goodlife.aol.com·사진)를 내놓았으며, 커리어빌더는 ‘베이비붐’ 세대인 50대 이상만을 겨냥한 취업 사이트를 곧 선보일 계획이다. 50대 이상만 가입 가능한 인맥구축사이트(SNS) ‘에온스닷컴(eons.com)도 등장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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