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정한 협력

 “중소기업의 디지털(IT)화는 일본 산업계 주요과제다.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데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일본 IT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경산성 관료의 말이다. 이 관료의 말을 들으며 지난 수년간 한국이 진행한 ‘중소기업 IT화 사업’이 떠올랐다. 우리 역시 이 정책 사업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기 때문이다.

 이 관료는 말을 이어갔다. “전자무역은 기술적으로는 문제 없이 인프라가 갖춰졌으나 활용이 잘 안 된다. e러닝도 생각보다 잘 확산되지 않고 의료분야도 마찬가지다. e비즈니스가 기술적인 면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발달하고 있으나 산업으로는 정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너무 닮아 있다. 지금 국내 전자무역을 포함한 e비즈니스 업계가 고민하는 바로 그 문제가 일본 관료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IT 활용 분야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은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2000년 시작된 한일EC협의회는 한일 양국의 ‘진정한 협력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로 정보 제공도 ‘장군 멍군’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태그(RFID) 분야다. 일본이 먼저 산업계에 RFID를 적용하기 위한 실증실험을 끝내고 한국 측에 관련 내용을 제공했고, 이 내용을 건네받은 한국은 실제로 기업체가 이를 적용하는 상용화 단계에 먼저 돌입해 오히려 일본 측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공인전자문서보관소(전자거래기본법 제31조) 제도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법은 일본이 제정해 놓고 있는 ‘e문서법’을 일부분 참조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한국이 도입한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를 역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 밖에도 양국 협력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제조업과 달리 ‘e비즈니스와 산업의 IT 적용’ 분야는 한국과 일본의 출발선상이 동일하다. 어떤 분야보다 한일 간 서로를 보완하는 ‘진정한 협력’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일EC협의회 활동이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야자키현(일본)=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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