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통신과 방송까지 빠르게 융합되면서 우리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휴대폰으로 TV를 보는가 하면 얼굴을 보면서 통화도 한다. 아직 일부 지역에 그쳤지만 휴대 인터넷도 상용화해 노트북PC든 휴대폰이든 이동하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IPTV도 보급돼 더욱 풍부한 디지털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이 공동 추진해온 ‘u코리아’의 모습이 하나 둘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 u인프라구축단과 공동으로 유비쿼터스 기반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이를 위한 준비과정을 점검했다.

◆K씨는

아침 6시. 혼자 생활하는 K씨는 언제나처럼 감미로운 음악에 눈을 뜨고 습관적으로 머리맡의 컨트롤러를 더듬어 찾는다. K씨의 생활 모든 것이 이 컨트롤러로 해결된다. 컨트롤러에는 K씨의 건강상태와 컨디션 등이 매일 저장된다. 자고 있는 사이 침대에 있는 센서와 칩이 혈압과 맥박·체온 등을 체크해 병원으로 보냈다. 병원은 K씨의 DNA칩과 그것을 비교해 오늘의 컨디션을 제공해 준다. “당신은 오늘 최상의 컨디션입니다.”

 아침을 먹고 차에 탄 K씨가 “오늘의 뉴스”라고 말하자 뉴스가 흘러나온다. 물론 듣고 싶은 뉴스만 선택해 놓은 순서대로 나온다. 도로에는 수많은 차가 다니지만 최적의 교통상태를 유지한다.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K씨의 차에 부착된 센서가 내비게이션과 결합해 가장 막히지 않는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준다.

 회사에 도착한 K씨는 입구에서 “좋은 아침”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K씨의 음성과 홍채를 인식하고 문이 열린다. K씨의 정보는 바로 중앙 통제시스템에 입력되고 엘리베이터는 K씨가 내려야 할 층에서 자동으로 멈춰선다. 사무실에 들어선 K씨가 자리로 가서 의자에 손가락을 대자 밤새 작은 부피로 돼 있던 의자가 K씨의 지문을 인식하고 입력된 K씨의 체형에 맞게 펴진다. 의자에도 헬스케어 장치가 부착돼 건강 체크는 거의 24시간 계속된다. 의자에 앉자 의자의 신호를 받은 컴퓨터가 켜진다. 그리고 오늘의 스케줄을 브리핑해 준다.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설 때는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기만 하면 된다. 뒷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정 시간 이상 비우면 의자는 알아서 접히고 컴퓨터와 전등이 꺼진다. 퇴근할 무렵엔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 않은 한 무인 운전장치가 자동차 시동을 걸고 나와서 대기한다. 차에 타면 저녁식사 메뉴와 냉장고 상황이 표시되고 부족한 식품을 편의점에 예약해 놓겠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집에 도착할 때쯤 배달된다.

 저녁 식사 후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물론 소파에도 헬스케어 장치가 부착돼 있어 건강상태를 체크해 준다. 또 TV는 뉴스와 DVD영화·오디오뿐만 아니라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고 영상 통화도 제공해 준다. 컨트롤러로 하나로 모두 가능하다. 컨트롤러는 홈서버로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잠자리에 들 때는 컨트롤러에 “잘자, 내일 아침 6시에 깨워줘”란 음성을 남기고 침대에 오른다. 홈서버는 집 안의 상태를 취침모드로 전환, 불을 끄고 절전 상태로 만든 뒤 침대의 헬스케어를 작동하기 시작한다.

◆H씨는...

45세의 회사원인 H씨는 금요일 아침 휴가라 오랜만에 늦잠을 잔다. ‘u헬스변기’ 옆 얼굴인식시스템의 모니터를 보니 어제 과음한 탓에 얼굴이 까칠하다. 소변을 보는 데 통증을 느낀다. 모니터에 나타난 소변 색을 보니 선홍색 피가 섞여 있고 평소에는 못 보던 수치가 마구 보인다. 요즘 부쩍 화장실에 자주 가고 소변을 보아도 시원스럽지 못했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친다.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자 소파에 앉아 IPTV 채널을 뒤적인다.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TV 화면에 메시지가 나타난다. ‘u헬스센터’에서 보낸 문자다. “고객님, 전립선 질환이 의심되니 가까운 시일에 병원을 꼭 방문해 주세요.” 찜찜한 마음에 재빨리 ‘u헬스진료예약’시스템에 접속했다. 같은 질환자가 많은지 가까운 비뇨기과는 다 예약이 찼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u헬스진료예약’ 시스템이 추천해주는 옆 동네 비뇨기과를 예약한다.

 점심 식사를 재빨리 하고 차를 몰고 나온다. 계속 찜찜하다.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예약을 한 탓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재작년에도 이와 비슷하게 검사를 받으신 적이 있네요.” 예약할 때, ‘u헬스진료내역 조회’에 승인을 했더니 자동으로 검색이 된 모양이다. “u헬스센터에서 보내 온 소변검사 결과도 그렇고 과거 진료내용도 있으니 전립선비대증 검사를 했으면 합니다.” 의사의 말이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미 예약된 스케줄에 따라 혈액체취와 증상점수표 작성 등을 마쳤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삐삐삐삐’ 호출기가 울린다. 검사결과가 나왔나 보다. 다시 진료를 받는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의사의 얼굴이 환한 걸 보니 다소 마음이 놓인다. “다행입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아니고 염증성 질환입니다. 스트레스 받으시고 오래 앉아 계시면 으레 한번씩 찾아오는 질병입니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니 ‘u헬스원격관리’시스템에 등록해 드리겠습니다.”

 매일 아침, 화장실 가는 것이 즐겁다. 출근 길 아파트를 빠져나가는데 ‘띠리띠리’ 영상폰이 울린다. ‘u헬스센터’ 주치의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더 이상 약을 복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u헬스원격관리’시스템으로 매일 주치의와 상담하고 ‘u헬스전자처방전’을 발급받아 회사 근처 약국에서 약을 복용한 지도 어언 2주가 지났다.

 K씨와 H씨의 이야기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일부는 이미 현실이 됐다.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사업을 완료하는 2010년이면 상당 기술이 생활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u코리아’ 기본계획’을 마무리하는 2015년께에는 더욱 편리한 u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실연(實演)에 가까운 영상·음향 재생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어디서나 저렴하게 고품질 IT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차세대 인공지능 시스템을 내장한 로봇이 가정에 보급돼 개인이 육아·직장·취미 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전망이다. 센서·RFID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환경관리시스템 및 대기 오염 경보시스템으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이 제공될 것이다. 국민 복지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광대역통합망을 활용한 u헬스케어, u문화 등의 서비스 구현돼 원격검진은 물론이고 원격수술과 원격처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품질 의료정보 서비스도 준비됐다. 유무선 통합망을 이용한 다양한 온라인콘텐츠 제공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상품성도 크게 높아진다. 사회 구성원과 함께 자동차와 선박 등 움직이는 모든 것이 정보의 수요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되는 ‘u코리아’의 모습이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