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시각각 쏟아지는 외신을 다루는 글로벌팀 기자로 일하면서 가끔씩 ‘이런 기사도 쓸 수 있나’란 부러움을 속으로 삼킬 때가 있다. 그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정치자금 관련 뉴스다.
우선 비즈니스위크 기사다. 정치자금 분석기관인 폴리티컬 머니라인 집계를 인용, 올해 들어 미국 정치활동위원회들이 양당에 기부한 돈이 1218만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실리콘밸리닷컴 기사. 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인텔·구글 등 거물급 IT기업 정치 기부금 60%가 민주당으로 쏠려 공화당에 몰렸던 1년 전과 정반대 현상이 일고 있다는 것.
미국에서 기업의 정치자금 흐름을 분석한 기사는 흔하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근 더 자주 나오고 있다. 기자가 이 분석 기사를 쓰느라 ‘생고생’한 흔적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공개된 숫자(기부금액)와 기업의 최근 이슈를 바탕으로 정치와 기업 흐름을 분석해냈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확한 숫자가 없는 ‘폭로전’ 혹은 ‘양심선언’이 이어진다. 관련 뉴스도 그 장단에 춤을 춘다. 폭로의 대상이 된 기업의 정치자금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해 적지 않은 수의 기자가 동원되지만 결국 ‘공’은 검찰에 넘겨진다. 폭로전이 얼마나 오래가느냐, 수사 발표를 언제 하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이 요동친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미국 유력 기업에는 정치활동위원회(PAC)라는 조직이 있고 여기에서 정치자금을 공개적으로 모금한다. 모금 내역도 엄격하게 공개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공공연한’ 비공개 정치자금이 적지 않았고 2004년에는 정치자금법을 개정, 기업의 정치 기부를 원천적으로 금지해 오히려 기업의 불법을 조장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민주정치에서 정치자금은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기업 정치 후원금도 예외일 수 없다면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금하고 내역을 공개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류현정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