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증시, 커지는 한숨소리

 주식시장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대세 상승을 믿고 투자대열에 동참한 개인 투자자들은 또다시 상투를 잡았다며 아우성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모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에 기업공개(IPO)를 서둘렀던 신규 상장기업들은 공모가도 지키지 못하는 회사 주가에 허탈한 모습이다.

◇개미, 또 상투(?)=회사원 A씨(40)는 지난 일주일 사이 코스피지수가 200p 가까이 빠지자 일을 손에서 놓다시피 했다. A씨는 활황 전망에 편승, 지난 4월 말 은행대출을 받아 투자를 시작했지만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 8% 금리로 총 3000만원을 빌려 기계·전기전자·금융 등 나름 업종별로 분산투자했지만 평균 수익률은 -12%다. A씨는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각각 2000과 800을 넘나들 때에는 수익률이 15%를 넘은 적도 있었다”며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매입가를 낮추고 싶지만 여유가 없다”고 말해 원금손실에 이자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펀드, 안전지대 아니다=그저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이라는 소박한 목표로 간접투자 대열에 합류한 투자자들도 나을 게 없다. 지난 4월 국내 중소형주 펀드에 매달 30만원씩 적립식으로 가입한 B씨(37)는 이달 들어 누적 수익률이 -6.5%를 기록,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씁쓸해 하고 있다. 장기투자로 수익이 또다시 수익을 낳는 ‘복리 효과’를 볼 수 있고 기간별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적립식펀드 수익률이 불과 며칠 사이에 급락한 것이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낫겠지라는 생각에 펀드에 가입했던 B씨는 “한때 최고 12% 에 이르는 수익률을 구가할 때에는 추가 납입도 고민해봤지만 이제는 원금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IPO기업, 저평가에 울상=수년간 준비 끝에 주식시장에 입성한 신규 상장기업도 약세장에 울상이다. 증시가 서브프라임 1차 파동에서 벗어나 석 달여 만에 2000선을 회복하던 지난 10월 상장한 C사. 이 회사는 상장 당시만 해도 때를 잘 맞췄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축제 분위기였지만 최근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20% 이상 떨어지면서 사내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C사의 IR 담당임원은 “매일 1대 1로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회사를 알리지만 다들 시장 분위기가 좋지않다는 이유로 투자결정을 미룬다”며 “회사 실적은 좋게 평가받으면서도 주가는 떨어지니 불안한 시장이 야속할 따름”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이후 상장한 기업의 성적표는 처참할 정도다. 10월 초부터 이달 16일 사이에 상장한 22개 기업 중 공모가를 웃도는 곳은 30%가 채 안 된다. 나머지 70% 이상의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에 비해 평균 37% 떨어졌다.

김원배·이호준기자@전자신문, ad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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