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시작된 미국 작가협회 파업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10일 뮤지컬과 연극의 메카인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 종사자들이 파업에 돌입,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매주 생방송되는 토크쇼와 라이브 코미디쇼인 ‘데이비드 레터맨 쇼’ ‘더 투나잇 위드 제이 르노’ 등 줄줄이 재방송으로 대체된 데 이어 ‘더 오피스’ ‘위기의 주부들’ ‘24’ 등 인기 드라마 7개도 제작이 중단됐다.
AP통신은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LA 지역 경제에 대략 연간 300억달러, 매일 8000만달러 규모 효과를 가져다준다면서, 작가협회의 일주일 전면 파업만으로도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된다는 경제학자의 의견을 보도했다. 미 작가협회는 지난 1988년에도 22주간이나 파업을 벌였는데, 이때 엔터테인먼트 산업계는 5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루이지애나·펜실베이니아·뉴멕시코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LA·뉴욕 외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특히, 재방송 등 대체 편성이 가능한 방송국보다도 세트 작업자·미용사·운전사 등 영세 사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고용자 측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마이클 아이스너 전 디즈니 CEO는 최근 다우존스와 닐슨이 주최한 미디어&머니 콘퍼런스에서 “나는 지금 바보 같은 파업을 보고 있다”며 “현재 할리우드 작가의 파업은 시간 낭비”라며 파업 작가들에 대한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는 너무나 새로운 것이어서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서 “피켓 들고 시위하려면 제작사 앞이 아닌(아이튠스를 통해 동영상을 공급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앞에서 하라”고 말했다.
또 20세기 폭스·CBS패러마운트 등 적어도 2개 제작사는 파업 작가들에 대해 계약 파기 문서를 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작가협회 소속 1만2000명 회원들은 지난 5일 영화협회와 텔레비전 프로듀서 협회를 상대로 한 임금 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면적인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대가 열리면서 그동안 수면에 가라앉아 있던 수익 배분 문제가 표면화됐다는 해석이 많다. 미국 작가들은 DVD 판매 수익 배분율 인상과 인터넷 등 뉴미디어 매출 수익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합(IATSE) 지부로 3000여 명의 브로드웨이 극장가 무대담당자들을 대표하는 로컬원 소속 조합원들은 10일 노사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의 피켓시위를 시작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그동안 브로드웨이 극장·제작자연맹과 로컬원은 임금 인상폭과 제작자가 언제, 얼마나 많은 무대담당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재량권 범위를 놓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격어 왔다.
노조의 파업으로 ‘맘마미아’ 등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20여 편의 장기 공연 작품들의 공연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에 따른 환불 사태와 관람객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지난 2003년 음악가들의 파업으로 4일간 문을 닫은 적이 있으며 1975년에도 노사분규로 인한 파업을 경험한 바 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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