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입동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을 줍는 사람이 보이더니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이제 더 떨어질 은행이 없어졌나보다’고 생각하자 이번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하나 둘씩 떨어져 바람을 타고 거리를 덮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면 은행나무도 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될 것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었는가 싶었더니 계절은 또 한 번 옷을 갈아입으려 한다. 벌써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이 지났다.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날짜로는 양력으로 11월 7일이나 8일경으로 상강 후 약 15일, 소설 전 약 15일에 해당한다. 올해는 8일이 입동이었다. 흔히 이날부터 겨울이라는 뜻에서 입동이라 부르고 동양에서는 입동 후 3개월을 겨울이라고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동기간을 5일씩 3후(三候)를 정해 △물이 비로소 얼고 △땅이 처음으로 얼어붙으며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했다.

 요즘에는 좀 늦어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입동 전후 1주일간을 김장철이라 해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겨우내 일용할 양식이 될 김치를 담그는 품앗이를 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다음해를 준비하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오더라도 지난 겨울에 몸 만들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해 농사를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게으름을 피웠다가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프로 운동 선수도 겨울철을 얼마나 보람되게 보냈는지에 따라 다음 시즌의 성적이 좌우되고 그 다음해 연봉협상 테이블이 달라진다.

 메모리 업계가 최근 D램 가격의 속절없는 하락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던 하락세다. 시장은 벌써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계절로 치자면 혹독한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D램 가격 하락을 극복할 묘수 찾기가 지상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D램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를 극복할 돌파구의 하나로 비메모리 분야에 팔을 걷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날씨가 춥고 시황이 좋지 않은 겨울일수록 움츠리기보다는 더욱 더 가슴을 펴고 적극적인 전략을 펴는 용기가 필요하다.

 디지털산업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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