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연변서 열리는 남북중 IT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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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존경하는 세대는 이제 대부분 은퇴한 6070 어르신이다. 이 세대는 일제강점기, 해방, 6·25동란,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 광주항쟁, 6·29선언 등 격동기를 겪으면서 생존에 몸부림쳤던 분들이다. 또 월남전에 파병돼 피 흘린 대가와 중동에 노무자로 파견돼 땀의 대가로 벌어들인 외화로 국내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자식 교육을 시켜 단군 이래 가장 잘살게 됐다. 이들 몸소 실천한 아날로그 세대가 없었다면 결코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측 국민은 땀의 대가를 알고 있고 절대로 공짜가 없다는 것도 잘 인식하고 있다. 평양에 들어가려면 직급별로 반드시 통행세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일부 정치인은 북측 고위층을 만나기 위해 고액을 지급하거나 무상 원조를 약속한다. 이는 잘못된 일이다. 무상으로 생긴 자금은 제대로 사용될 수가 없다. 이는 북측을 더욱 가난하게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아세아·남미 등 많은 국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무상으로 생긴 자금은 쉽게 소비되고 안 좋은 곳에 활용된다.

 그러므로 북측도 땀의 대가를 알아야 한다. 지난 10월 정상회담에서 북측에 공단을 건설해 해외로 나갔던 남측 제조업을 북측 공단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안 된다. 남북경협은 북측의 노동력 제공만으로는 신뢰를 줄 수 없다. 북측이 남측만큼 단기간에 경제가 성장하려면 제조업을 유치하면서 정보지식 산업도 남측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북측 산업의 부가가치를 올려 생산성을 극대화했을 때 소득이 단기간에 증대된다. 북측 지도자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산업으로 외화소득을 올리고 있고 개성공단 제조산업은 1단계 공사가 끝나고 2단계 공단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북측의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IT산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유럽의 아일랜드를 벤치마킹한 북측 지도자가 지시한 ‘단박에 도약’에서도 알 수 있듯 남측도 북측이 스스로 돕고자하는 자구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북측이 스스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처음에는 남측 IT기업의 아웃소싱을 선택해야 한다. 남측기업이 북측을 돕기 위한 요구사항은 두 가지가 있다. 북측은 남과 북의 언어 호환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 60여년간 떨어져 있다 보니 일상용어뿐 아니라 실무 IT 전문용어마저 변질돼 있다. 앞으로 북측이나 중국 동포의 교육 커리큘럼에는 남북언어 소통이 기본 과정으로 포함돼야 한다. 둘째는 북측은 정치적 문제로 개발업무를 지연하지 말아야 한다. 남측기업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정치적인 문제와 별개로 중립적이어야 한다.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만 신뢰와 협력을 얻을 수 있다.

 북측 지도자는 도약의 방법으로 IT분야를 선택했고, 이에 따라 인터넷 개방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개방에 대비해 시기적으로 리눅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 우수 인재를 꾸준히 양성해 왔다. 이 인재를 활용할 방안을 모색한 북측에서는 IT분야의 원천기술인 리눅스 커널부문을 개발하고 있다. 공개소프트웨어 분야는 북측의 원천기술과 중국동포의 관리기술, 남측의 응용기술이 만나면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그래서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남·북·중이 소프트웨어 공동기술 개발협력(OSS 원천기술 획득)을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남북IT협력사업 중 북측 민족과학협회의 요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첫 사업이다. 그동안은 남측이 만나기 위해 안달하며 뒤로 통크게 주면서 추진했던 사업과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북측은 스스로 ‘단박’에 SW강국이 되고자 자구 노력하고 있다. 북측의 요구로 옌볜지역에서 개최되는 제1회 아시아IT콘퍼런스가 민족공동 IT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

◆최성/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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