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가 LCD장비와 재료를 교차구매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과 LG 양사 간 교차구매는 전례 없던 일인데다 국내 LCD산업 발전과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중소협력사들은 물론이고 패널업체인 자신도 ‘윈윈’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LPL은 이번 합의에 따라 연내 발주할 8세대 장비에 삼성전자 협력사 제품을 적극 도입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부품·소재 등에서 LPL 협력사 제품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차구매 합의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양사의 국내 협력사는 총 23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 중소협력사는 250개에 달하지만 이미 삼성전자와 LPL에 동시 납품하는 업체는 20개사 정도다.
◇중소 장비부품 협력사의 글로벌화=당장 중소협력사는 거래처가 확대된다. 협력사가 삼성과 LG에 모두 장비나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매출 증가 이상의 효과가 있다. 경영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차구매가 현실화되면 국내 장비·재료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과 LG에 동반 납품을 성사시킨 기업은 산술적으로 매출이 배 이상 늘어난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매출 증가는 R&D투자 확대로 이어져 외산에 의존해온 핵심장비 개발 등 기술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과 LG로 나뉘어 신기술 개발역량이 분산되던 폐단도 사라질 전망이다. 건전한 시장 경쟁체제가 정착하면 특정분야의 수준 높은 대표기업도 속속 탄생할 수 있다. 반면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장비·재료업체는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그동안 패널업체는 자사의 협력사가 개발 못 한 제품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외국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패널사 일거양득=패널업체인 삼성과 LPL 역시 제조원가 절감과 가격경쟁력 제고가 동시에 기대된다. 장비재료의 공급처가 다변화되면 구매 단가가 인하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삼성과 LG가 특정 품목을 한 군데로 몰아주는 대신 공동구매하는 데까지 협력이 이뤄지면 비용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매 비용 절감은 LCD 패널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사는 그동안 값싼 대만산 LCD공세로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시장 수성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없나=협회가 상생협력위원회 개최에 앞서 지난달부터 한 달 남짓 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당장 교차구매가 가능한 품목이 1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널업체가 신규 장비·재료를 당장 교차구매하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연내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당초 기대했던 세부 품목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협력사는 대상 품목이 명시되지 않으면 교차구매요청이 와도 기존 거래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장비 교차구매가 매출 확대의 호재지만 행여 기존 거래업체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교차구매 협상에 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번 합의에서 교차구매가 가능한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에 응한 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교차구매는 원칙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PL의 적극적인 실천력과 포용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중소업체가 스스로 교차구매를 거부하는 웃지 못할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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